노후를 대비해 돈을 모아야겠다고 목표를 세웠던 사람들이 최근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5억원을 모았는데 금리가 하락하는 바람에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이는 흔한 사례 중 하나이며 다른 이유로 문제가 생긴 사람들도 많다.
우선 예상보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자산 관리에 차질이 생긴다. 매달 300만원 정도를 쓴다면 기대수명이 10년 길어지면 원금만 3억6,000만원을 더 필요로 하게 된다.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질병 치료법이 개발되고 이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수명이 얼마나 더 늘어나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두 번째로 금리가 변한다. 예를 들어 5% 금리일 때는 5억원 원금 자산에서 매년 2,500만원의 이자 소득이 발생되지만 금리가 1%로 하락하면 이자 소득이 500만원으로 줄어든다. 거꾸로 보면 매년 2,500만원의 이자소득을 만들기 위해 5% 금리일 때는 5억원이면 충분했으나 1% 금리일 때는 25억원이 필요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세 번째로 물가 상승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하락해 구매력이 하락할 수 있다. 자녀를 미국에 유학 보냈을 때 원화 가치가 하락한 탓에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되면서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달러에 대한 원화의 구매력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물가가 상승하면 구매력이 하락한다. 물가 상승의 정도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근로소득이 없는 노후에는 생활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의외의 사건으로 돈을 쓰게 되는 경우다. 어느 날 갑자기 큰 질병을 앓게 되거나 금융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 목돈을 갖고 있다 보면 지출을 안 할 도리가 없다. 행동재무학적인 관점에서 봐도 돈을 못 찾도록 스스로를 강제하지 않으면 목돈은 가뭄 때 저수지에서 물 줄어들 듯이 조금씩 없어지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 정신이 나가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어 놓았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렇듯 목표 금액을 정해놓고 노후설계를 하게 되면 여러 가지 변수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득을 목표로 할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5억원이라는 자산이 아니라 퇴직 후 매달 300만원 소득을 받기 위한 목표를 세우라는 뜻이다. 이 경우 구체적으로는 국민연금 80만원, 주택연금 80만원, 종신연금으로 70만원, 투자상품의 수익금과 원금으로 대략 70만원을 받겠다는 계획을 마련할 수 있다. 금리·수명의 변화와 사건 발생에 대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고 300만원의 소득을 만들기 위해 저축계획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수시로 조정해 가며 노후 설계의 오차를 줄일 수 있다. '100세 시대'의 노후설계는 소득개념 목표를 세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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