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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인사이드] 외국계 할인점 홈플러스의 앞날

철저히 한국화·영국식 유통 노하우 결합 국내시장 성공적 정착했지만…<br>"할인점 만으론 성장 한계" 업태 다양화 등 새 성장동력 절실





삼성물산·테스코 합작사 출발, 삼성 브랜드 적절한 활용 주효
판매공간 전국매장 똑같아… 점장에 매대 구성 권한도
백화점 가진 경쟁사 비해 시너지 효과 측면서 불리
'월마트와 까르푸 같은 세계적인 유통공룡들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 떨어진 한국시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외국계 할인점' '가장 늦게 대형마트 시장에 뛰어들어 4년 만에 업계 2위, 10년 만에 총매출 10조원 기업으로 초고속 성장한 기업' 홈플러스의 성장과정은 한마디로 눈부시다. 1999년 삼성물산과 영국 테스코사가 50대 50의 지분을 투자해 출범한 홈플러스는 당시 2개의 점포로 출발했지만 놀라운 확장을 거듭해 현재 123개의 점포로 늘어났다. 2,700억원 수준이던 총매출규모도 올해 12조1,000억원을 목표로 삼을 만큼 확대됐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지난 10여 년이 '도약의 시대'였다면, 업계 2위 자리가 위태로운 지금은 '고뇌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의 한계를 타계할 뾰쪽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경쟁사들은 다양한 업태를 지닌 그룹 계열사들의 지원과 해외시장 진출 등의 카드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시장 진출 초기부터 '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내비쳤던 홈플러스가 다시 한번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까. ◇철저한 현지화가 국내 시장 자리잡아= 전문가들은 홈플러스가 성공한 가장 큰 요인으로 '철저한 현지화'를 꼽는다. 창고형 할인점이 대세이던 세계적인 대형마트 트렌드를 벗어나 한국 소비자가 좋아하는 요소를 철저히 분석해 공략에 나선 것이 큰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김민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장은 "월마트와 까르푸 같은 업체들은 자신들이 잘 하는 것을 내세워 국내에 들어왔지만 테스코는 '한국에서 어느 것이 먹힐까'를 탐색해 진출했다는 것이 이들 기업의 성패를 갈랐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국내 할인점이 신선식품을 주력으로 삼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꿰뚫어보고 관련 제품을 처음부터 강화했다. 가공식품을 싸게 파는데 만 주력했던 여타 외국 유통사와 다른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테스코는 글로벌 기업이라 현지 신선식품 소싱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는데 홈플러스는 농협과 손잡고 농협 종합물류유통센터를 주요 물류기지로 활용해 이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내 소비자들은 감성적 구매에 익숙해 대형마트에서 편리한 생활 서비스를 제공해야 만족한다고 판단한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푸드코트와 문화센터 등 고객 서비스 시설을 매장 내 핵심 공간인 1층에 두면서 적극적으로 유치했던 것도 홈플러스가 '한국식 할인점'으로 진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연회원 100만명을 자랑하는 홈플러스의 평생교육스쿨(문화센터)은 영국 테스코 본사에서 우수 사례로 평가해 말레이시아 테스코 매장에 도입하는 역수출 사례를 만들어냈다.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와 생활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홈플러스 특유의 '가치점' 개념은 주요 유통업체들이 다양한 문화 및 여가시설과 쇼핑공간을 접목시키는 복합시설을 잇따라 내놓는 최근의 흐름과도 일치한다는 점에서 홈플러스는 이미 2000년대 초반에 국내 소비자들에게 맞는 유통 트렌드를 앞서 선보인 셈이다. 국내에서 최고의 인지도를 가진 '삼성' 브랜드를 적절히 활용한 점도 주효했다. 백인수 롯데유통전략연구소장은 "테스코가 진출한 14개국 가운데 현지 제휴사 브랜드를 합작사의 전면에 내세운 것은 홈플러스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물산 지분은 5.3%만 남아있고 지난 3월부터'삼성'이라는 이름표를 땠지만 출범 초기부터 지난해까지 테스코와 홈플러스 합작사 이름은 '삼성테스코'였다. 반대로 태국(테스코로터스) 등 다른 나라에서는 현지 브랜드명이 테스코 뒤에 붙는다. 백 소장은 "삼성 브랜드 활용 전략 덕에 아직까지 홈플러스가 외국기업이라는 것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영국식'유통 노하우로 폭풍 성장 이뤄= 홈플러스의 성공요인에는 영국의 테스코가 그간 쌓아온 고도의 유통 노하우도 빼놓을 수 없다. 1924년 식품소매회사로 출발한 테스코는 적극적인 점포 확장으로 지난 1990년대 영국 시장 1위로 성장한 뒤 지난 회계연도(2010년3월~2011년2월) 매출만 121조원을 올린 굴지의 글로벌 유통업체다. 김민 소장은 "영국이 아닌 현지의 대표자를 내세우고 상당한 권한을 부여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은 테스코의 해외사업에서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재 홈플러스 인력의 중추를 이루는 것은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을 포함한 옛 삼성물산 인력들이다. 현지화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현지 인력인 만큼 이들을 중용한다는 뜻이다. '영국식' 운영방식은 홈플러스 매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문화센터 등 편의시설이 아닌 매장 내 판매공간은 전국 홈플러스 매장 어디든 100% 동일하게 구성돼 있다. 같은 제품의 경우 지역에 관계없이 가격이 모두 같다. 점장에게 일정부분 매대 구성에 자율성을 주고 가격 책정 권한도 부여하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사와는 완전히 다르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매장을 본사에서 통제하면 매대 상품 배열 같은 부분에서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납품업체와의 유착관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며 "홈플러스 직원들은 이런 부분에서 가장 깔끔한 편"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단일 업태로는 가장 많은 1,4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홈플러스의 포인트카드인 '패밀리카드'와 강력한 홈플러스 자체브랜드(PB) 제품도 영국 테스코가 기존에 갖고 있던 대표적인 장점이 국내 시장에 정착된 부분이다. 김민 소장은 "테스코가 영국에서 1위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뛰어난 고객관계관리(CRM)를 통한 마케팅인데 이런 부분이 홈플러스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오세조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도 "홈플러스의 강점은 소비자 분석에 철저하다는 점인데 이를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으로 홈플러스는 지난 10여년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 현재 명실상부한 업계 '빅3'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홈플러스 "새로운 '먹을거리'가 없다"= 홈플러스가 과거의 영광을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할인점 업태에 주력'하는 영국 테스코의 특징은 현재 홈플러스에 있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다양한 업태를 가진 계열사를 이용해 사업 영역을 늘릴 수 있는 반면 할인점 형태만 보유한 홈플러스는 그만큼 뒤쳐질 수 있다. 오세조 교수는 "롯데는 제조업체와 물류회사 등 마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신세계도 마찬가지"라면서 "업태가 다양하다 보니 바잉파워도 커질 수 있는데 홈플러스는 이렇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없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희 교수도 "소매업태의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것이 홈플러스의 약점"이라며 "경쟁업체는 대형마트 사업이 어려우면 백화점 등 다른 업태의 성장으로 이를 커버할 수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홈플러스는 지극히 불리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형마트 점포수가 400여 개에 달하며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대량 구매에서 필요한 것만 사는 소량 구매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며 대형마트 시장 성장률이 연 5%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할인점에 '올인' 하고 있는 홈플러스의 성장은 침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쟁사들이 집중하는 해외시장 공략도 홈플러스는 해외 유통기업과의 합작사라는 태생적인 한계로 시도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1997년 중국에 상륙한 뒤 현지에서 27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베트남 등 동남아 진출도 앞두고 있는 이마트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3개국에서 국내 점포(92개)보다 더 많은 105개의 점포를 운영중인 롯데마트 등 활발한 해외사업을 벌이고 있는 경쟁사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나마 시도한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도 중소 상인들의 반발과 유통법 및 상생법 규제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시장이 포화 상황인 만큼 점차 업체간 마케팅과 가격 경쟁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매장을 통제하는 '영국식' 운영방식은 단점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대형마트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최저가 경쟁에서 홈플러스가 먼저 발을 뺀 것도 경직된 가격 정책을 유지하다 보니 타 업체와 경쟁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 홈플러스가 롯데마트의 '통큰'마케팅과 유사한 '착한' 브랜드 마케팅을 내놓은 것도 3사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백인수 소장은 "타 업체를 따라 하는 것을 보면 결국 업체간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홈플러스도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납품업체들 사이에서는 최근 홈플러스가 실적에 대한 조급증으로 예전보다 업체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의 소모적인 마케팅을 벗어나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홈플러스가 할인점에 기본을 둔 새로운 업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영국 테스코가 현지에서 운영중인 하드디스카운트 스토어가 한 예다. 오세조 교수는 "신선식품 위주가 아니라 일반 가공식품과 공산품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품목 몇 종을 추려내 초저가로 운영하는 업태를 고려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김민 소장은 "홈플러스의 강점인 PB로만 100% 이뤄진 점포 등 다양한 포맷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업태에 대해 치열한 고민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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