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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후계갈등 일단락 안팎

27일 오전 현대 계동사옥 주변은 MK(鄭夢九)-MH(鄭夢憲)간 경영권 분쟁이 확전으로 치달았던 26일의 험악한 냉전기류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분위기였다.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이 정몽헌 회장의 단독회장 체제를 승인했다는 소식을 접한 현대 임직원들은 「이제 끝났구나」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과거지사는 털어버리고 심기일전해 새로 일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鄭명예회장은 이날 평소보다 20~30분 가량 늦은 오전7시 정각 가회동 자택을 떠났다. 평소와 다름없이 사옥 인근 직원수영장이 위치한 문화센터 2층 이발소에도 들른 鄭명예회장은 오전7시27분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과 이진호 고려개발산업 회장의 부축을 받으면서 계동사옥 현관에 모습을 나타냈다. 남청색 양복차림의 鄭명예회장은 불편한 걸음걸이를 보였지만 항간의 추측과 달리 건강하고 밝은 표정이었다. 「몽구, 몽헌 회장 중 누가 현대그룹을 대표하느냐」 「형제간의 다툼을 알고 있느냐」고 기자들이 질문공세를 퍼부었지만 鄭명예회장은 무표정한 가운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15층 집무실로 향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MH는 오전6시10분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과 함께 출근해 곧바로 12층 사무실로 향했고 MK는 이보다 늦은 6시27분께 출근했다. 양 회장은 모두 함구로 일관했지만 MK가 유달리 밝은 표정을 지어 일각에서는 대세가 MK쪽으로 기우는 게 아니냐고 점치기도 했다. 반면 MH측 인사인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은 6시20분께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바뀌는 게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룹 주변은 오전7시30분 현대 경영자협의회 개최 직전까지도 「MK냐 MH냐」를 놓고 온갖 추측과 설이 난무했다. 회의를 준비하는 현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누구도 정답을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섣부른 추측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회의 시작 10분전부터 30여개 계열사 사장들이 속속 회의장소인 15층 대회의실에 들어섰고 한결같이 굳은 표정이었다. 취재진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자 현대측은 경비요원 10여명을 회의장에 배치, 기자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7시35분께 鄭명예회장은 MK,MH 등과 함께 집무실에서 천천히 걸어나와 회의실로 향했다. 이날 경영자협의회 테이블에는 鄭명예회장을 중심으로 오른편에 MK, 박세용 인천제철 회장, 류인균 현대강관 회장이 앉았으며 왼편에 MH, 김형벽 현대중공업 회장, 이익치 회장이 나란히 앉았다. 회의는 10여분 만에 간단히 끝났다. 회의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으나 회의장을 가장 먼저 벗어난 이익치 회장이 비서에게 『육성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기자들에게 공개하라』고 말해 「대권」이 MH에게로 넘어갔음을 시사했다. 이익치 회장에 이어 鄭명예회장이 부축을 받으며 회의장을 떠났고 MK, MH가 뒤를 따랐다. 당초 이날 오전10시로 예정됐던 MH의 기자회견은 「단일회장 체제」가 공식 승인되면서 즉각 취소됐다. 현대 PR사업본부측은 『오늘 경영자협의회에서 경영권 문제에 관한 공식발표가 있었는데 또 기자회견을 갖는다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아 이를 취소했다』며 『정몽헌 회장도 새로 경영권을 넘겨받아 앞으로 정리할 것이 많다』고 밝혔다. 현대, 기아 측은 이날 「최근 빚어진 현대그룹의 인사 혼선으로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순원 기획조정실장 부사장 명의로 발표된 이날 사과문에서 MK측은 『더이상의 오해와 불신을 막고 경영권을 안정시키는 것이 현대와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국가 경제발전에도 기여한다는 판단아래 소모적이고 대립적인 일체의 논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MK는 또 사과문을 통해 『앞으로 전개될 그룹 내 대소사 및 소그룹 분리, 기타 대외신인도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모든 문제에 대해서는 긴밀한 협의와 대화를 통해 순리대로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입력시간 2000/03/2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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