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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추가 증산, 구체규모 언급없어 효과 불투명

■ OPEC, 원유 추가증산 합의<br>미국측 지속적인 증산 압력 효과 발휘<br>친미-반미國간 갈등…내부 분열 우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정상들이 7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국제적인 관심사였던 원유 증산에 합의하는 성과를 올렸다. 18일 폐막식에서 채택한 공동 선언문을 통해 회원국 정상들은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충분한 추가 증산을 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중동 지역 분쟁을 지적하며 원유 가격이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세계 평화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고갈되고 있는 탄소 에너지를 대체할 청정 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선언문에 포함된 것이다. OPEC은 1차 오일쇼크(1973∼74년) 직후인 지난 1975년 알제리에서 열린 첫번째 정상회담에서 서구의 다국적 기업에 맞서 제3세계를 대변하는 새로운 경제질서 원칙을 세웠다. 2000년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두번째 정상회담에서는 석유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세번째 정상회담은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앞둔 긴급한 유가 동향 때문에 회의 개최 이전부터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세계 석유 수출의 40%를 담당하고 있는 OPEC이 추가 증산을 합의하느냐 여부에 따라 국제유가의 추세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가 증산에 대한 선언적인 문구만 있을 뿐 증산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증산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미 9월 OPEC 회원국들은 11월부터 하루 50만배럴을 증산, 공식 산유쿼터 기준으로 2,725만배럴로 상향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OPEC 회원국들은 7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설득을 받아들여 증산에 동의한 것이다. 합의 이전에 리비아ㆍ알제리ㆍ베네수엘라 등은 사우디와 아랍국가들이 제시한 증산안에 반대입장을 나타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여졌지만 주요 석유 소비국, 특히 미국 측의 증산 압력이 효과를 발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유가 안정을 위해 OPEC이 이번 회담에서 증산을 논의할 것을 몇 번에 걸쳐 촉구한 바 있다. 최근에는 새뮤얼 보드먼 미국 에너지 장관이 13일 로마에서 열린 세계 에너지총회(WEC)에서 “OPEC이 증산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고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원유 부족은 원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가뜩이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발목이 잡혀 있는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원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증산은 절실히 요구된다는 게 미국 측의 주장이다. 이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보고서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EIA는 OPEC이 내년 1ㆍ4분기에 50만배럴을 추가 증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OPEC으로부터의 원유 수요가 올 4ㆍ4분기 3,089만배럴에서 내년 1ㆍ4~2ㆍ4분기 3,141만배럴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회담에서 특히 가시적인 성과물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92년 탈퇴 이후 이번에 OPEC에 재가입하는 에콰도르의 좌파 정권을 이끄는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을 비롯, 회원국 정상들이 7년 만에 모두 모이는 자리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상징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원유 증산에는 합의했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미국 달러화 약세에 대한 대응방안 및 OPEC의 정치 세력화를 놓고 친미 국가들과 반미 국가들 간에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돼 석유 카르텔로서의 위상에 흠집을 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OPEC 회원국 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미 국가와 베네수엘라ㆍ이란 등 반미 국가들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석유가격 통제를 주요 목적으로 출범한 OPEC이 단일화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자칫하면 내부 분열이 가속화되며 결속력이 약화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회담에서 최근 미 달러화 약세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OPEC의 석유수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회담의 최종선언문인 ‘리야드 선언’에 이에 대한 우려를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강력 반발하면서 반미 회원국과 친미 회원국간의 분열 양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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