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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은행 매각때 고압자세로 '미운털'

■ HSBC, 정부에 왜 밉보였나<br>무리한 요구 조건 내세워 換亂궁지 몰린 정부 압박



영국계 은행인 HSBC의 외환은행 조건부 인수 논란과 관련해 HSBC가 과거 제일은행 매각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골 깊은 ‘괘씸죄’에 걸린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끌고 있다. 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성사되려면 정부의 직간접적인 정책 판단이 어떻게든 개입될 수밖에 없는 만큼 과거의 ‘악연’이 향후 인수절차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HSBC가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계기는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지난 1998년. 1997년 IMF 외환위기 발발 바로 다음해이기도 한 그해 정부는 금융권 구조조정의 핵심이던 제일은행 매각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당시 제일은행 매각에 참여한 곳이 바로 HSBC와 뉴브리지컨소시엄 두 곳이었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후보 면면을 볼 때 당연히 해외 사모펀드 수준의 뉴브리지보다는 HSBC가 제일은행을 인수하는 게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유리하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정부의 뜻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인수제안서 마감일이던 1998년 12월26일 정작 기대를 걸었던 HSBC는 정부에 터무니없는 인수조건을 내건 반면 뉴브리지는 오히려 부족하나마 정부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예컨대 당시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매각 지분율의 경우 HSBC는 51%의 지분을 사되 1년 후 한국 정부 지분 49% 중 절반을 더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로 일관했다고 한다. 당시 매각협상에 관여했던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HSBC의 안은 한마디로 외환위기로 궁지에 몰린 한국 정부를 깔보는 수준의 조건들이었다”고 전했다. 현재 정부 고위공무원이기도 한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당시 정부 협상 멤버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현직에 있는 한 HSBC가 정부에 신청하는 그 어떤 건도 호락호락하게 받아들이지 말자’는 얘기가 나올 만큼 HSBC에 대한 정부의 상처는 깊다”고 덧붙였다. 실제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이규성 부총리가 지난해 말 출간한 ‘한국의 외환위기’에 따르면 HSBC에 미련이 남은 정부는 뉴브리지 안까지 HSBC에 보여주며 인수조건 변경을 재차 촉구했지만 HSBC가 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아 결과적으로 정부를 ‘두 번 모욕한 셈‘이 됐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후 HSBC는 한국 내 영업활동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 국내 현지법인화 계획을 세우고 금융감독원에 현지법인 설립인가 작업을 추진했지만 설립조건 미비로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외국계 은행이 지점 수준을 넘어 국내에 현지법인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수조원의 자기자본을 납입해야 하는데 HSBC는 이 같은 방식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그러나 “막상 모든 여건이 갖춰지더라도 과거 행위(제일은행 매각건)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만큼 정부의 우호적 결정이 쉽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작년 6월엔 '기관경고'
'처벌' 아닌 '제재' 지만 외환銀 인수 영향 가능성
기관 경고는 처벌이 아닌 제재에 불과… 직접적 영향 없어… 그러나 지배주주 적합성 위반 여부는 징계 내역을 면밀히 따져봐야… HSBC가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 징계를 받은 것으로 밝혀져 외환은행 인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기관경고가 '처벌'이 아닌 '제재'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면서 "지배주주 적합성에 위배되는지는 징계내역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6일 금융감독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2월1일부터 3월10일까지 HSBC 서울지점 등 4개 지점에 대한 현장점검 결과 내부통제제도와 관리미비, 횡령 및 유용 등을 적발해 6월27일 '기관경고' 조치를 취했다. 금감원은 HSBC의 임원 2명, 직원 19명을 문책하고 21명에 대해서는 주의 조치했다. HSBC는 모집인 제도를 불법 운영하면서 ▦모집인에게 부당 위탁해 간접투자증권을 판매했고 ▦고객이 모집인을 직원으로 오인하게 하는 내부통제 태만이 적발됐다. 또 수신업무를 부당 취급해 ▦2개 지점에서 고객예금 8억8,400만원을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영업점 및 모집인의 판매행위에 대한 내부통제를 태만히 하고 수신업무를 부당 취급하다가 문제가 됐다. 주택담보대출 때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해 대출을 취급한 점도 지적됐다. 금감위는 '기관경고'만으로는 외환은행 인수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은행업법에는 은행의 주식을 초과 보유하기 위해서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해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자격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처벌은 형사벌ㆍ행정벌 또는 과태료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관경고는 제재조치에 해당한다"며 "HSBC 서울지점에 대한 문책이 HSBC 본사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 지배주주로서의 적합성 요건을 위반한 것인지는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HSBC에 대한 기관경고의 내용과 정도가 은행 지배주주로서의 적합성에 위배되는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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