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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소비는 누가 살리나


대기업 임원 A씨는 연말 인사철이 가까워지자 마음이 복잡해진다. 여러 해 동안 임원직을 해온 그로서도 퇴직 후 생활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설 뿐이다. 은퇴 후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보곤 하지만 퇴직한 친구들을 둘러보면 몇 개월 정도 자유롭고 즐거울 뿐이지 그 이후부터는 다들 무기력해지고 결국 경제적인 부담이 걱정돼서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인 기업 임원들조차도 은퇴 이후의 생활에 대한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런 상황이 요즘 대한민국 40~50대 직장인들의 현주소다.

고령화 사회의 도래에 따른 노후준비 문제가 한국 사회 전반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자녀들의 중고교 과정에 사교육비를 대는 것으로도 모자라 대학진학 또는 졸업 이후에도 유학 비용, 의전ㆍ로스쿨 등 대학원 진학까지 교육비 수발을 계속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요즘 신세대 부모들에게는 베이비붐 세대보다 더 이른 시기에 노후준비의 망령이 어른거리기 시작한다. 신세대 부모들은 갓난아기 때부터 기저귀ㆍ분유ㆍ유모차ㆍ카시트 등 남들과 다른 최고급 제품을 사주고 싶다는 욕구가 강한 데다 취학 전부터 영어 유치원 등으로 경제적인 부담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어 웬만한 소득으로는 노후준비는 꿈도 못 꿀 형편이다.

내수 발목 잡는 노후 준비

실제로 최근 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서도 '노후준비'문제가 소비위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평균소비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과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평균소비성향 하락에 영향을 미친 3대 요인이 고령화, 일자리 불안, 전셋값 상승 순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노후걱정 때문이라는 얘기다. 노후준비가 가장 큰 부담이라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은퇴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전국 24~58세 성인 2,925명을 설문 조사한 보고서에서는 "노후 생활비로 월평균 227만원이 필요한데 현재 준비된 노후자금은 91만원에 불과하다"고 하니 한국인들의 노후준비가 얼마나 턱없이 부족한지 수치가 충분히 뒷받침해준다.



더욱이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연계방식 기초연금안은 국민들의 노후준비 불안감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그렇잖아도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국민연금은 갈수록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가고 있는데 이번 정부 발표방침이 국민들에게 유불리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매년 공무원 연금에 들어가는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현 정부에서만 국민 세금에서 15조원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데도 어느 누구도 공무원 연금을 줄이자는 말은 앞장서서 하지 못하니 일반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게 된다.

사실 소비위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노후준비'와 '일자리'는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모두 연결돼 있는 순환의 고리라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다. 노후걱정 때문에 소비를 덜 하게 되고 위축된 소비는 저성장으로 이어져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지적이다(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가계 소득이 늘어도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있으면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기업은 고용을 줄이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악순환 고리 끊을 해답 찾아내야

최근 들어 일각에서 소비심리가 다소 살아난다는 얘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9월 들어 추석 경기가 살아나는가 싶던 백화점 매출은 10월 정기 세일에서 또 기대에 못 미쳤다. 춥지 않은 날씨 탓에 겨울 옷이 안 팔려서 그렇다는데 내수 경기의 바로미터라는 백화점 매출이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 수준이 됐나 싶어 걱정스럽다.

어디서부터 이 장기 침체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지 해답을 찾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정부와 국회ㆍ기업이 한마음으로 머리를 모은다면 해답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걸 찾아내는 일이 국가의 존재 이유다. /이효영 생활산업부장 h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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