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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로타리를 돌아가는 지혜

李建榮(전 건설부차관)서양의 도시들은 시내 곳곳에 있는 넓은 광장을 중심으로 도로가 모이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광장에서 보면 도로가 방사형을 이룬다. 도로와 도로가 광장에서 만나 로타리로 연결되는 형상이다. 이 로타리를 요즘은 대개 선을 긋고 신호등을 붙여서 네거리를 만들어 교통처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만은 다르다. 영국에서는 로타리를 라운드어바웃이라고 한다. 도로가 서로 만나는 곳은 거의 라운드어바웃, 즉 로타리형태로 되어 있다. 라운드어바웃에는 신호등이 없다. 규칙이 있을 뿐이다. 라운드어바웃에 도착하면 일단 정지한다. 라운드어바웃의 동그라미 안으로 먼저 들어와 있는 오른쪽 차가 주행의 우선권을 갖는다.(영국은 좌측통행으므로) 이 규칙 하나만 지키면 된다. 옆에서 지켜보면 수없이 오고가는 차들이 신호등도 없이 이규칙에 따라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흐른다. 마치 번호표를 받은 듯이 순서가 명확하고 물 흐르듯 주행의 그침이 없다. 한마디로 자율적인 질서의 미학과 같다. 영국에서 처음 운전을 할 때 나는 라운드어바웃에 들어가기만 하면 쩔쩔 매었다. 신호등에 의한 타율적인 질서에만 익숙해 있었던 것이다. 내가 쩔쩔매면 규칙적으로 흐르던 자동차들의 흐름이 모두 엉망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참으로 편리한 제도이다. 라운드어바웃은 교통처리가 힘든 5거리나 6거리에서도 무리없이 잘 적용된다. 텅 비어 있는 시골길에서도 빨간 신호등 때문에 멈춰서야 하는데 라운드어바웃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유턴도 쉽다. 우리나라에도 몇군데 로타리가 있다. 넓은 광장을 끼고 있는 큰 로타리도 있고 주거단지 내의 화단을 끼고도는 작은 로타리도 있다. 이곳에 가보면 교통처리가 쉽도록 신호등을 붙여서 네거리로 만들어 놓은 곳이 많다. 시청앞의 분수를 끼고 돌던 로타리도 네거리길이 되었고 혜화동 로타리도 신호등을 몇개 거쳐야 돌아갈 수 있다. 남대문 로터리, 동대문로터리도 모두 마찬가지다. 신호등이 없으면 금새 교통흐름이 엉망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신호등 없는 네거리에서 자동차 두대가 마주치면 그중 한 차가 헤드라이트를 껌뻑 거린다. 우리식으로는 비키라는 뜻이다. 그러나 영국식으로는 먼저 가라는 양보의 뜻이다. 여기서 우리의 자동차문화 수준을 읽을 수 있다. 시범적으로라도 몇군데 라운드어바웃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질서의 아름다움을 체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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