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현대아산의 유상증자에 최대 171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아산의 유상증자(주주배정 후 실권주 제3자배정)에 최대 342만주(약 171억원)를 청약하기로 결의했다. 현대상선은 현대아산 지분 63.0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주주배정분(약 261만주) 100%를 청약한 후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실권주 청약에도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북관련 사업 중단으로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아산은 오는 5~6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을 실시한다. 문제는 2대 주주 현대건설(10.05%)의 불참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은 2003년 8월 기준 19.94%(178만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네 차례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모두 불참하면서 지분율이 10%대로 내려왔다. 이번 유상증자에도 참여하지 않을 경우 현대건설의 지분율은 8.2%로 더 낮아진다.
이번 증자에서 현대건설에 배정된 주식수는 약 41만주다. 업계에서는 20억원 가량의 실권주 부담을 현대상선을 비롯한 그룹에서 부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증자 때는 물론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간 현대건설 인수전이 한창이었던 2010년에도 현대건설이 현대아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실권주를 현대상선, 현대증권, 현 회장 일가가 전액 인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의 이번 이사회 결정은 현대건설 등 주요 주주의 불참으로 발생하는 실권주를 대거 인수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대아산ㆍ현대상선ㆍ현대엘리베이터 등 그룹 계열사들이 대거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대규모 자금 부담을 지게 된 현정은 회장 일가의 실권주 인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전 작업인 셈이다.
국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현대아산을 필두로 연내 현대상선(2,244억원), 현대엘리베이터(889억원) 등 주요 계열사들이 일제히 유상증자에 나설 계획”이라며 “현 회장 일가가 배정된 신주를 모두 인수할 경우 자금 부담은 약 5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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