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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 등 분류법만 31종… 희귀 혈액형 속속 발견

혈액형 ABO식 분류법이 전부?<br>민족·국가별로 빈도 차이… Rh- 한국선 드물지만 美선 10% 정도로 흔해<br>정확한 혈액형 분석은 국민건강과 직결된 문제… 국가차원 등록체계 시급

최근 미국 버몬트대 연구팀이 란저레이스(Langereis)형과 주니어(Junior)형이라는 새로운 희귀 혈액형을 발견했다. 이로써 인간의 혈액형을 결정짓는 단백질은 기존의 30종에서 32종으로 늘어났다.

Rh-형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희귀 혈액형이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1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혈액형에 속한다.

우리들은 흔히 혈액형으로 성격을 판단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이 세상은 소심한 A형과 까칠한 B형, 사교적 O형과 엉뚱한 AB형의 조합으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는 ABO식으로는 분류가 불가능한 많은 희귀 혈액형이 존재한다. 새로운 희귀 혈액형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과연 당신은 자신의 진짜 혈액형을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혈액형 분류법 31종 달해=오늘날의 ABO식 혈액형 분류법은 지난 1901년 오스트리아의 면역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 박사에 의해 정립했다. 당초 그는 A형∙B형∙C형 등 3개로 혈액형을 분류했지만 1902년 AB형을 추가하며 C형을 O형으로 정정했다.

이 ABO식 분류법은 의학사적으로 일대 혁명적 진보를 불러왔다. 양승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혈액형의 개념이 생기기 전에는 동물이나 혈액형이 다른 혈액을 수혈, 환자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며 "ABO식 분류법 정립 이후 안전한 수혈이 가능해졌고 그와 함께 의학이 발달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BO식이 유일한 혈액형 분류법은 아니다. 3월 현재 국제수혈학회(ISBT)가 고지 중인 혈액형 분류법만 31종에 달한다. 잘 알려진 Rh식을 필두로 더피(Duffy)∙키드(Kidd)∙디에고(Diego)∙루서란(Lutheran)∙돔브록(Dombrock) 등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ABO식이 보편화된 것은 항원성, 즉 항체의 생성을 유도하는 성질이 강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적혈구에는 항원, 혈액에는 항체가 들어있는데 항원성의 고려 없이 수혈을 하면 적혈구가 붕괴되는 용혈현상이 발생,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양 교수는 "다른 분류법들은 상대적으로 항원성이 약해 의학적 중요도가 낮지만 결코 간과할 수는 없다"며 "ABO식에 맞춰 수혈을 했음에도 용혈현상이 일어날 때는 다른 분류법을 적용해 원인을 찾고 대처해야 한다"고 전했다.

◇민족별 희귀 혈액형 달라=사실 희귀 혈액형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박경운 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에 의하면 통상 빈도가 0.1~1% 이하일 때 희귀 혈액형으로 부른다. 박 교수는 "다만 동일 혈액형이라도 민족에 따라 빈도에 큰 차이가 있어 희귀 혈액형의 종류는 국가별로 서로 다르다"면서 "일례로 Rh-형은 한국인 중 0.1~0.3%에 불과한 반면 미국인은 10%나 돼 평범한 혈액형으로 취급받는다"고 밝혔다.



Rh-형 외에 한국인에게 비교적 흔히(?) 발견되는 희귀 혈액형으로 시스-AB(Cis-AB)형이 있다. AB형의 돌연변이로서 한국인에게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인다. A형과 B형 유전자가 2개의 염색체에 나눠져 있는 AB형과 달리 시스-AB형은 하나의 염색체에 두 유전자가 모두 들어 있어 A형과 B형 유전자가 통째로 유전된다. 따라서 부모가 AB형과 O형일 때 자녀는 A형 혹은 B형이어야 하지만 시스-AB형이라면 AB형과 O형이 태어날 수 있다.

또한 A형과 B형 인자의 항원성이 매우 약한 사람들이 있다. 이를 위크 A(weak A)형, 위크 B(weak B)형이라 하며 인자의 검출이 어려워 간혹 O형으로 판정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3종의 혈액형은 흔하지 않은 특이 혈액으로 분류될 뿐 임상학적 의미는 크지 않다. 모두 O형 혈액을 수혈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희귀혈액 헌혈자 등록체계 구축=물론 항원성이 강한 치명적 희귀 혈액형도 적지 않다. 바디바바디바(-D-/-D-)형이 가장 대표적. Rh식에서 양성(+)도, 음성(-)도 아닌 경우를 지칭하며 부모 모두가 바디바바디바형일 때만 자녀에게 전해져 보통 30만명당 1명꼴로 발견될 만큼 희귀하다. 2006년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보유자는 단 3명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혈액형인 엠케이엠케이(MkMk)형도 마찬가지다. 이는 항원이 존재하지 않는, 다시 말해 모든 혈액형이 항체를 가지고 있는 혈액형이다. 국내서는 보고된 바가 없으며 세계적으로도 보유자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 수혈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지구촌 전체를 뒤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결국 희귀 혈액형의 지속적인 발견과 정확한 분석은 수혈∙장기이식 등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전체 희귀 혈액형 보유자의 통계 구축조차 미흡한 실정이다. 박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희귀 혈액형 진단용 검사기법 개발, 희귀 혈액제제의 적절한 수급을 위한 국가 차원의 희귀 혈액 헌혈자 등록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다행히도 현재 이를 위한 기초적 용역과제가 수행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원과 각 병원에서도 지금보다 나은 희귀 혈액제제 수급을 향한 과학적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런 노력들에 힘입어 앞으로는 희귀 혈액형 보유자들의 의료환경도 점차 개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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