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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국화수, 풍비·어지럼증·풍병에 좋아

찬물에도 위아래가 있다는 말이 있다. 보통 인간관계에서 장유의 질서를 빗대는 말로 쓰인다. ‘찬 물을 마시는 데도 순서가 있다’라는 뜻일 것이다. 헌데, 이 말은 달리 생각하면 평범한 냉수에도 일급수가 있고 이급수가 있어 좋고 나쁜 물이 있다는 말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옛 사람들은 모든 물에 질적 차이가 있어 더 좋은 물과 덜 좋은 물(水品)이 있다고 생각했다. 전해오는 물의 분류는 서른 세가지나 된다. 가장 귀에 익은 물은 아마 정화수(井華水)일 것이다. 약을 달일 때도 쓰고 어머니들이 자식들을 위해 기도를 올릴 때 신에게 바치는 물로도 썼다. 아침 이른 시각에 깨끗이 가라앉은 우물에서 맨 처음 길어 올린 물을 말하는 것으로, 옛사람들은 이 물에 하늘의 정기가 몰려있다고 믿었다. 매일 이 물을 먼저 길어두고 차를 달이거나 알약 먹을 때, 머리와 눈을 씻는 데 썼다. 본초에 이르기를 ‘구취를 없애며 얼굴빛을 좋게 하고 눈에 생긴 군살을 없애며 술 때문에 생긴 열병도 낫게 한다’고 하였다. 국화가 자라는 곳에서 흘러내린 물은 국화수라 하는데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어 풍비와 어지럼증 풍병을 치료한다고 하였다. 겨울에 내린 눈을 녹여 얻은 물을 설수(雪水)라 하고 정화수만큼 정갈한 것으로 보았다. 특히 섣달 그믐에 내린 물을 납설수(臘雪水)라 하였는데, 성질이 차므로 돌림 열병이나 술 마신 뒤 열 오른 것을 내리고 황달을 치료하며 여러 가지 독을 푸는 데 유효하다고 보았다. 이 물에 과일을 담가 보관하기도 했다. 그러나 봄이 되어 눈 녹은 물에는 벌레가 있으니 쓰지 말라고 ‘본초’는 가르친다. 가을에 맺힌 이슬(秋露水)을 풀잎에서 모은 것은 몸을 가볍게 하고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 하였으며, 정월에 내린 봄비(春雨水)는 약을 달여 먹으면 양기가 오르고, 부부가 한 잔씩 마시고 관계를 맺으면 자식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청명과 곡우에 내리는 빗물로는 술을 빚었다. 비나 눈, 흘러내리는 시냇물을 마음 놓고 떠 마실 수 있던 시대의 일이니 부럽기만 한 일이다. 끓는 물 반 사발에 갓 떠온 냉수 반 사발을 섞어 만든 물을 생숙탕(生熟湯)이라 한다. 그대로 마셔도 좋고 불에 덖은 소금을 타서 마시기도 하는데, ‘본초’와 ‘동의보감’에도 효용이 나와 있다. 속을 편안하게 하며 음식 먹고 체한 것과 곽란이 나는 것을 진정시킨다고 하였다. 일명 음양탕이라 하는 것으로, 현대인들도 간편하게 만들어 이용할 수 있다. 이은주ㆍ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화당한의원장ㆍ한국밝은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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