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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인수위원과 용접공


"대학을 졸업하고 용접공으로 취업했지요. 현장에 직접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인간이 이렇게 소중한 존재인지,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알지 못했을 겁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얘기하라면 서슴없이 현장에서 용접했던 때를 꼽고 싶습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말이다. 28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기자실로 출근하면서 노 대표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인수위원들이 용접공의 심정으로 대선공약을 검토하고 서민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어떨까.' 무거운 헬멧을 쓰고 보안경을 끼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용접작업을 하는 인수위원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요즘 인수위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다음달 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국정과제를 설정해야 하고 실천과제를 만들어야 하고 정책을 다듬어야 하고 복지재원도 꼼꼼하게 설계해야 한다. 어떤 인수위원은 기자에게 "호신술을 부려 자기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손오공이 되고 싶다"고 넋두리를 할 정도다. 진달래꽃을 아름드리 따다 먼 길 떠나는 님의 걸음에 뿌리는 심정으로 박 당선인이 집권 초기 원활하게 국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촌음을 아껴 진달래꽃(정책)을 따고 있는 듯하다. 1,000조원에 달한 가계부채에 짓눌려 서민들은 거친 한숨을 토해내고 있고 불공정 거래관행으로 중소기업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고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하우스 푸어와 렌트 푸어들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인수위원들은 이처럼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현안을 슬기롭게 풀어야 하고 박 당선인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중산층 복원을 위해 세부방안도 내놓아야 한다. 인수위 개별 분과는 정부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마친 상태이며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플랜을 짜고 있다. 하지만 서민들의 눈물과 서러움, 울분을 다독여주기 위해서는 직접 현장에 나가 가슴을 열고 들어야 한다. 정부부처 관료들의 판에 박힌 보고, 산더미처럼 쌓인 일률적인 정책자료 등은 참고자료일 뿐 가장 정확한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심정으로 인수위 밖을 나서야 한다. 박 당선인이 지적한 '손톱 밑 가시'를 찾아내고 '신발 안 돌멩이'를 솎아내기 위해서는 한숨과 탄식이 쏟아지는 민생 현장에서 답을 구해야 한다. 굳이 용접공이 되라는 얘기가 아니다. 용접공에게 겸손하게 다가가 그들의 애환과 고뇌를 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저소득층ㆍ비정규직ㆍ한계에 몰린 중소기업ㆍ독거노인, 이들이 바로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만나야 할 우리 사회의 용접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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