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된 스마트폰 갤럭시 S3가 단연 화제다. 세계 경기침체 속에서도 사전예약 물량만 1,000만대에 육박한다. 이런 기세라면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한국의 아성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외에 반도체ㆍ조선ㆍ자동차 등 몇몇 제조업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다. 지난 수십년간 '기술입국'이라는 목표로 국내총생산(GDP)의 3.5%가 넘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면서 선진국을 따라잡아온 결과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환경은 불투명하다. 벤치마킹하거나 뒤쫓아야 할 목표는 없어지고 경쟁자,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을 받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의 R&D 전략 역시 '따라잡기'에서 '치고 나가기'로 전환돼야 한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상상력과 창의성이다.
갤럭시 S3에서도 볼 수 있듯 이젠 고사양 제품보다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현실화된 제품이 각광 받는 시대다. 카메라 화소수를 높이고 더 얇은 LCD(액정표시장치)를 만드는 첨단기술 자체보다는 아이팟ㆍ아이폰ㆍ닌텐도ㆍ워크맨 등 인간의 욕구에 맞춘 제품들이 더 큰 '대박'을 터뜨린 것을 우리는 봐왔다.
보통 이공계 연구인력들은 과학적 논리와 공학지식으로 절차에 따라 개발에 집중한다. 하지만 창의적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여기에 인간 중심적 사고와 발상을 더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다. 중장기적으로는 예술ㆍ철학ㆍ경영ㆍ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장을 열어주고 체계적 인문학 융합교육도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실험실을 벗어나 콘서트ㆍ연극ㆍ뮤지컬ㆍ문학강좌 등을 접하면서 인문학적, 예술적 영감을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 최근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란 말은 많지만 연구현장에는 아직 먼 얘기다.
얼마 전부터 정부지원 R&D에서 문화체험이나 문화예술교육에 연구비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창의활동비'도입이 논의 중이다. 효율성만 강조한 R&D 행정규제로는 세상을 움직이는 창의력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시도다. 이런 새로운 움직임이 실험실 속 R&D에 상상력이라는 날개를 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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