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한반도 위기가 한층 고조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활동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북한의 포격에 대한 한국 정부의 보복 가능성을 묻는 해외 거래처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일부 해외 바이어들의 방한이 취소되는 등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가신인도가 추락해 해외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다방면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8일 한국무역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다수 무역업체들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한국에서 전쟁이 재발할 가능성을 묻는 해외 거래처들이 크게 늘고 있다. 무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 언론매체들이 이번 사태를 자세히 보도한 후 한반도가 대규모 군사적 충돌이 예상되는 화약고로 다시 인식되면서 우리 기업들에 미치는 파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의 소니는 다음달 1~2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구매부품상담회를 무기한 연기했고 혼다자동차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인 24일부터 직원들의 한국 출장을 전면 중단시켰다. 또 25~26일 광주에서 열리는 그린카 글로벌 벤처포럼에 참석하기로 했던 폴란드 바이어들은 안전을 이유로 방한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무역중심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면서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조선업체의 한 관계자는 "당장 영향은 크지 않지만 최악의 경우 발주가 다른 국가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대북 리스크가 대내외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해놓았다. LG전자도 본사 금융팀과 해외 판매법인에서 실시간으로 환율동향을 점검하며 추후 상황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대부분의 다른 기업들도 환율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해외거래선들의 동요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서둘러 취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본부와 11개 국내지역본부, 7개 해외지부 등 현장조직을 총동원한 '특별상황반'을 가동하며 해외바이어 동향과 무역업계 피해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KOTRA도 전세계 100개 조직망을 활용한 '해외시장 비상대책반'을 출범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대북 리스크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심각한 수준으로 급부상했다"며 "이번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향후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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