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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9월 16일] 9월 위기설, 어떻게 봐야하나

최근 몇 달 동안 주가급락, 환율이 급등하면서 나라가 9월 위기설로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특히 관심의 대상은 채권시장이었다. 9월 중 만기가 도래하는 약 7조 어치 채권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이 재투자를 하지 않고 자금을 달러로 바꿔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 경우 달러부족에 따른 환율 폭등, 해외로 자금이탈(capital flight) 하면 주가 추가급락과 금리급등, 나아가 금융기관의 부실과 신용경색까지 우려된다는 얘기다. 지난 주 외국인 채권 만기가 무난히 소화되면서 주가와 환율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도 시장에서는 주가하락과 환율급등 걱정이 많고 해외 채권시장에서 우리나라 국채의 신용가산금리(credit spread)도 크게 벌어져 금융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들은 분명 지나치다고 생각된다. 원래 금융시장 우려의 발단은 미국발 서브프라임에 따른 신용경색이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달러 급전수요로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더니 어느새 우리 경제가 문제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IMF위기 때와 유사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나친 우려와 불안은 변동성확대와 이에 따른 외환시장개입 등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는 점에서 불안요인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경기가 둔화되고 있고 주가폭락 등 금융시장이 불안하니 문제는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선 말 많은 국제수지를 보자. 지난 7월에 82억달러 적자를 냈지만 이는 유가상승과 외국인 주식매도 영향이 컸다. 8월 무역수지도 32억달러 적자지만 주로 원자재 가격상승 때문으로 이를 바로 기업의 펀더멘털 악화로 얘기하는 것은 무리다. 유가가 8월 중 25% 정도 급락했고 외국인들도 그동안 계속 팔아서 우리나라 주식 지분이 많이 줄었다. 대규모 추가매도가 나오기 어렵다고 보면 국제수지는 점차 개선될 것이다. 외채의 경우 수급상의 문제는 있지만 구조적 문제는 아니다. 2분기 말 현재 우리나라 총 외채는 국내총생산(GDP)의 41.8%로 미국 42%, 일본 62% 대비 전혀 나쁘지 않다. 이 중 1년 이내 만기가 오는 유동외채는 외환보유고의 86% 수준으로 지급여력 범위 내에 있다. 단기외채도 국내 중공업체 등의 수주 증가에 따른 선물환 매도가 주원인으로 실질적 부담은 적다. 또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시비로 신용가산금리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의 부동산 파이낸싱(PF)규모는 우량 건설사를 중심으로 약 48조원이며 전체 대출자산 대비 비중이 4%, 연체율도 0.68%로 낮다. 또한 레버리지 비율(총자산/자기자본)도 글로벌 투자은행에 비해 낮고 안정적인 부채인 예수금을 기반으로 대출 재원을 마련하고 있어서 은행의 자산건전성도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주식시장은 외국인들이 올 들어 32조원 이상을 순매도해 불안감이 커져 있다. 그러나 이는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라기보다는 이머징마켓 전반의 불안과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외국인들의 달러 유동성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오히려 한국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IMF 이후 크게 개선돼 왔고 주당순이익 성장률은 견조한 반면 주가의 상대가치를 나타내는 PER은 9.9배로 낮아서 다른 나라 증시 대비 매력도가 높아져 있다고 하겠다. 최근 연기금과 투신권의 매수 여력이 늘고 외국인들의 주식 매매패턴 변화도 감지되고 있는 점은 향후 주가에 긍정적 요인으로 판단된다. 9월 위기설의 주범인 외국인 보유채권의 만기도래도 현 상태로 보면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외국인들의 채권 순매도는 올해 7월에만 국한된 현상이며 9월에도 순매수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또 외국인 채권투자의 84% 가량이 통화스왑 연계거래이며 8월 이후 재정거래 유인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순매수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재투자가 많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를 상정해도 앞으로 만기 도래하는 국채에 대한 상환자금은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불안의 원인은 경제 펀더멘털보다 외국인들의 유동성 확보와 안전자산 선호에 기인한 바가 크지만 문제는 불안을 증폭시키는 막연한 심리적 불안감이다. 이런 때일수록 냉철한 판단에 따라 기본을 생각하고 변동성 심한 시장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도 경제주체들이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도록 보다 믿을 수 있고 일관된 정책을 펴야 한다. 오히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이 위기 대처능력이 높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세계경제가 어렵지만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믿고 보다 시야를 길게 가진다면 오히려 내년 상반기쯤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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