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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특집] '독점서 경쟁으로' 전력산업 빅뱅
입력1999-12-06 00:00:00
수정
1999.12.06 00:00:00
박동석 기자
정부의 전력산업구조개편 계획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는 6개 발전자회사가 설립등기를 마치고 이에맞추어 전력이 거래될 한국전력거래소가 문을 연다.독점으로 단단하게 굳어져 있는 전력산업이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속에 진입하는 전주곡이다.
수화력발전소 5개와 원자력발전소 1개등 발전소들을 자회사로 둔 한국전력은 당분간 송배전회사로 남아 자회사간 경쟁을 유도하며 싼 값에 전기를 만든 발전소에서 제품을 구입해 사용한다.
정부 및 한전의 계획에 따르면 전력산업은 내년부터 발전경쟁단계를 거쳐 2003년부터는 도매경쟁체제로 들어간 후 2009년이후 소매경쟁의 수순을 밟게 되어 있다.
발전경쟁단계에서는 발전사업자들이 입찰 경쟁에 따라 최저가 우선으로 전력공급순위를 정하는 발전입찰제도가 시행된다. 이 경우 원가를 적게 들이고 고품질의 전기를 생산한 발전소가 유리하다.
일반 가정에서는 느낄 수 없으나 발전소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송배전회사이자 모회사인 한전의 전기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경영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발전소간 경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치열해 진다. 원자력발전소를 제외한 5개 수화력발전소는 당분간 한전의 자회사로 남아있지만 내년부터는 민간 및 해외에 모두 매각될 계획이다.
2003년부터는 도매경쟁이 시작된다. 한전에서 배전부문이 떨어져 나와 수개의 회사로 분할 된다.
배전회사는 최종 소비자들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소매업자.
이때가 되면 분할된 배전회사들과 발전소간 경쟁입찰방식에 의한 전력구매가 이뤄지는 발전, 배전 양방향 일찰제가 도입된다.
한전에서 분리된 수개의 배전회사 역시 발전회사들처럼 단계적으로 민영화될 예정이다.배전회사들은 입찰시장에서 가장 싼 값을 제시한 발전회사의 전기를 구입해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
소매경쟁이 도입되는 2009년부터는 소비자들도 배전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 소비자들로서는 싼 전기가 있는 데 굳이 비싼 전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시장에서 싸고 질 좋은 물건을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력산업을 개편하는 이유=정부 주도 전력시장에 시장원리를 도입하기 위해서다. 발전소 매각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려는 이유도 있다.
그동안 정부 통제하의 한전이 발전, 송전, 배전등 전력시장을 독점해 발생한 폐해는 컸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었다. 환율이나 유가가 급등해 전기요금을 올려야할 요인이 발생했어도 정부가 물가를 우려해 불가판정을 내리면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전기요금현실화는 물가에 대한 충격을 우려하는 정부에 의해 항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늘어나는 전기수요를 맞추기 위해 발전소 건설을 늦출 수도 없는 일. 한전은 이를 위해 건설비용을 외화차입에 의존해 왔고 그 결과 지난 95년 8조8,000억원이었던 부채는 지난 98년 23조원을 넘어서고 부채비율도 115%에서 175%로 높아졌다.
투자보수율도 5%에 그치고 있다.
독점기업에서 흔히 발견되는 방만한 경영도 구조개편의 요인을 제공했다. 자산규모가 62조원에 달할 정도로 거대해진 한전 내부에서는 항상 비리가 우글거렸다.
공무원으로 치면 1급인 처장정도의 자리에만 오르면 재벌그룹 계열사 사장이 부럽지 않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한전은 그들만의 왕국을 이루고 있다.
독점, 방만한 경영에 따른 비효율이 발생하더라도 책임은 없었다. 모든 비용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일본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다수의 국가들이 전력산업 민영화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추세도 이유로 들 수 있다. 자연독점으로 당연하게 여겨졌던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이며 전기는 이제 공공재가 아니라 상품개념으로 바뀌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기대효과 = 무엇보다도 전력산업의 고부가가치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점체제에서는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얼마가 들던, 엔지니어나 전기검침원을 몇 명을 쓰던 경영진이 알 바 아니었다. 공기업이 가진 특권이다. 그러나 경쟁이 시작되면 전력생산을 위한 연료 뿐만 아니라 노동, 자본 등의 투입량도 줄어들 전망이다. 방만한 조직은 슬림화 될 것이며 인력 운용도 효율화되어 노동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고부가가치화는 전력공급설비의 설계, 제작, 시공등 관련 산업들에게도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도 시장상황에 맞게 현실화된다. 이 경우 주택용 일반용소비자의 요금은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산업용, 농사용요금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90년대초 민영화를 단행한 외국의 예를 들어 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방적으로 전기를 공급받던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짐으로써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도 기대되고 있다.
박동석기자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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