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스마트TV 접속제한은 전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초강수'다. 단순히 제조사와의 협상 테이블 위에 강력한 카드를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일반 스마트TV 이용자들까지 끌어들인 데 대해 TV 제조사들은 물론 동종 업계에서까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통신업계도 "무리수다" 지적=9일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일부 서비스 접속제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업계에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 경쟁사 관계자는 "물론 통신사들이 차단과 같은 방안을 검토해온 것은 맞지만 이를 실행한 것은 과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다"며 "KT가 뜨거운 감자를 너무 쉽게 건드렸다"고 덧붙였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사업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시정명령ㆍ사업정지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부터 통신망 이용대가와 관련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방통위가 정책자문위원회 등을 구성해왔다는 점에서 강력한 유감표명인 셈이다.
이밖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통해 스마트TV 접속제한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KT, "통신망 부실하면 IT 생태계도 공멸"=KT를 비롯한 통신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삼성ㆍLG전자와의 통신망 이용대가 협상이 '파행'에 가까울 만큼 지지부진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제조사들은 통신망 이용대가를 논의하는 자리에 아예 불참할 정도로 불성실한 협상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통신사들은 지난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를 통해 협상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도 보냈지만 제조사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적절한 통신망 이용대가가 없이 스마트TV 가입자들이 늘어날 경우 한정된 통신망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스마트TV를 이용하지 않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들까지 품질 저하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게 통신사들의 논리다. KT는 이날 인터넷 이용자의 인터넷 속도가 최대 265배나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실측자료까지 제시했다.
김효실 KT 상무는 "최근 새로운 기기는 모두 통신망이 필요하지만 통신망의 가치는 전혀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며 "(통신망이 부실해지면) IT 생태계가 공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도 "지금은 큰 문제가 없지만 스마트TV 판매량이 늘어나면 제조사들이 통신망을 공짜로 이용하는 게 더욱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KT는 "스마트TV 외의 다른 서비스에까지 제한조치를 검토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통신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카카오톡이나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온라인 게임 등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봐왔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이미 소비자가 이용대가를 낸 이상 어떤 IT 업체든 자유롭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망 중립성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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