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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중국식 무협에 한국 멜로… 독특함일까 낯섦일까

고려 배경 불구 의상·공간 이국적

경공술·맹인검객 등 액션도 볼만


칼을 휘두름으로써 천민도 왕이 될 수 있었던 고려 말 무신정권, 세 검객 풍천(배수빈 분)과 월소(전도연 분), 유백(이병헌 분)은 세상을 바로잡고자 뜻을 모은다. 하지만 유백의 배신으로 풍천은 죽고 민란은 실패로 끝난다. 한때 유백과 연인 관계였던 월소 또한 풍천의 아이 홍이(김고은 분)와 함께 자취를 감추고 만다.

홍이는 월소의 가르침 아래 아버지 풍천을 죽인 복수를 가슴에 품고 자란다. 18년이 흐르고 홍이는 마을 무술대회에서 우연히 유백을 마주친다. 그렇게 뒤엉킨 채 멈춰 있던 세 사람의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13일 개봉하는 '협녀, 칼의 기억'은 특별함과 낯섦의 경계에 선 듯한 영화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치와 시각적 요소들은 극히 이질적인데 인물들이 표현하는 정서의 뿌리는 한국에 있다.

우선 표면적 장르는 무협이다. 무협의 독특한 점은 이 장르가 주로 제작되고 소비되는 곳이 중화권으로 한정된다는 점일 테다.



영화의 스토리는 장르의 속성을 세밀하게 따라간다. 즉 중국 무협 영화의 느낌을 강하게 준다. 대의를 위해 일어선 인물들과 그들의 숙명론적 희생, 서로 간의 배신과 암투, 아비의 복수를 꿈꾸는 인물과 그의 성장 등 무협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 구조가 공식처럼 흐른다. 하늘을 나는 경공술이나 맹인 검객의 검무 등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매력적인 액션 장면들이 곳곳을 수놓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시각적 측면에서도 완전히 낯선 풍경을 보여주려 작심한 듯하다.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지만 의상부터 공간까지 온통 생경하다. 특히 아랍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월소의 다원(茶園)이나 영화 도입부에 펼쳐지는 샛노란 해바라기 밭은 실로 이국적이다. 세심한 손길로 만들어진 장면들은 매우 아름다워, 영화를 판타지처럼 보이게도 한다.

반면 영화가 줄곧 말하는 것은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인간의 사사로운 정, 즉 사랑에 관해서다. 유백은 권력을 탐하면서도 옛사랑을 놓지 못하고 월소 또한 대의와 복수를 부르짖으면서도 누구보다 과거에 얽매인다. 옳다고 믿는 일을 행하고자 일어선 홍이조차 길러준 부모에 대한 정을 끊어 내지 못한다. 영화를 '한국형 무협'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 변주에 관객들이 매력을 느낄지 낯섦을 느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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