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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머니'에 취해… 세계는 '대출 파티'

사상 최저 수준 금리 편승

각국 정부 초장기채권 발행 … 올들어 690억弗 '역대 최대'

버크셔·코카콜라 등 美 기업, 싼 돈 찾아 유로본드 발행

"과열되면 위기 부를 것" 우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 위해 대대적으로 자금을 풀면서 전 세계가 '칩머니(cheap money)'에 취해 대출 파티를 벌이고 있다. 기업은 물론 각국 정부까지 나서 저렴한 조달비용과 장기 차입조건을 찾아 국경을 넘나들며 공격적으로 돈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부와 기업들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자금조달 금리에 편승해 한세대 내에 갚지 못할 초장기 채권을 전례 없는 규모로 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정보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30년 만기 이상 채권 발행 규모가 전년동기 대비 12% 늘어난 690억달러로 역대 최대치에 달했다. 심지어 영국의 경우 10일 53년짜리 초장기 국채 발행을 재개했음에도 입찰에 수요가 몰리면서 연 2.62%의 낮은 금리로 낙찰됐다.

일반 장기채권 역시 시장에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신용도가 높은 선진국 국채는 안전자산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지난달 17일 실시한 국채 입찰에서 입찰자들의 경쟁이 3.51대1에 달할 정도로 흥행하자 오는 20일 1조2,000억엔 규모의 20년 만기 국채를 추가 발행하기로 했다.

투자자들이 이처럼 살아생전 상환 만기를 맞기도 힘든 초장기 채권에 관심을 갖는 것은 마이너스나 제로금리 수준인 단기 채권보다 조금이나마 높은 수익률(금리)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FT는 진단했다. 차입자들 역시 "지금처럼 극히 낮은 대출금리 환경에서 채권 만기를 늘리려 하고 있다"고 투자은행 UBS의 전략가인 조아킹 타이버그는 분석했다.



민간 부문에서도 초저금리 채권 사냥 붐이 번지고 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 1조1,000억유로에 달하는 채권 매입을 개시해 금리 하락 추세가 뚜렷한 유럽에서 이 같은 흐름은 두드러진다. 워런 버핏이 운용하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최근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유로본드(유로화 표시 국외발행 채권)를 발행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유로본드 평균 수익률이 최근 연 1%를 밑돌 정도로 낮아지자 칩머니 확보에 나선 것이다. 앞서 코카콜라도 유로본드를 발행했으며 켈로그와 월풀도 이 대열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유로본드 발행시장의 14.5%를 미국 기업들이 차지해 2007년 이후 비중이 최대에 이르렀다고 블룸버그는 소개했다.

중국 기업들 역시 저금리 자금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에는 주로 홍콩 은행으로부터 달러화 대출을 받았던 중국 기업들이 최근 홍콩 시장을 떠나 중국 본토 은행 대출로 갈아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경기를 살리려고 본토 은행들에 대해 기준금리 인하 및 지급준비율 완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본토와 홍콩의 대출금리 격차가 줄어든데다 최근 중국 경기부진으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화 대출의 이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1월 중국 본토의 신규 여신 규모는 전월(6,970억 위안)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1조4,700억 위안에 달해 약 5년6개월 만의 최대 수준에 달했다.

이 같은 저금리 혜택이 정부와 기업의 재정 및 투자 여력을 높인다면 경제성장에도 득이지만 경제주체들이 칩머니에 중독돼 채권시장이 상환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과열되면 오히려 경제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영국 경제주간지 머니위크는 11일 "채권 거품이 터지면 증시도 함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2008년도에도 부채 때문에 신용위기가 왔다는 점을 되짚었다. FT도 지난해 미국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가 1조4,300억달러로 채권시장 버블이 절정이던 2007년과 비교해도 27% 늘었다고 최근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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