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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퓰러 사이언스 10월호] 현미경 앞에 완전범죄는 없다

완벽한 범죄란 없다범죄의 증거는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보이는 증거를 없앨 수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 증거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1성폭행 살인 사건개요: 1991년 알래스카 글레날렌 근처에서 열한 살짜리 소녀가 성폭행 당한 후 살해되었다. 수사관들은 소녀의 세탁한 옷에서 광택 페인트 조각과 미세한 금속 구(求)와 조각들, 그리고 붉은색과 푸른색 섬유들을 발견했다. 그 지역 주민인 찰스 스미스아트(사진은 그가 변호사와 얘기를 나누는 모습)가 살해 현장 가까운 곳에서 목격되었다. 이 사건은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수사관들에게는 그가 이 범죄와 직접적으로 연루되었다는 증거가 부족했다. 결과 이 금속 입자들을 주사전자 현미경의 에너지 분산형 X-선 분광 탐지기로 조사해 본 팔레닉은 둥그런 구는 철이고, 작은 조각들은 놋쇠임을 알아냈다. 쇳가루는 용접이나 그라인딩을 하는 경우처럼 몇 가지 경우에만 구 모양이 된다. 스미스아트는 가끔 이웃 아이들의 자전거를 고쳐주는 집 뒷마당에서 용접을 하곤 했다. 이 금속 증거물 외에도 살해된 소녀에게서 나온 섬유와 스미스아트의 자동차와 옷에서 나온 섬유가 거의 일치함으로써 1993년 그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항소했지만 2000년 12월 재심리가 열리기도 전에 폐암으로 사망했다. 2히틀러 제복 사건 개요: 몇 년 전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의 한 수집가가 경매를 통해 아돌프 히틀러가 입었던 것이라는 라벨이 붙은 나치 제복을 최고가에 낙찰받았다. 하지만 진짜인지 의구심이 생긴 수집가는 팔레닉에게 조사를 의뢰했다. 결과 팔레닉은 두 종류의 섬유를 라벨에서 떼어냈다. 첫 번째 섬유를 편광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그는 이 섬유가 폴리에스테르(1)임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 섬유는 면. 팔레닉이 이 면을 형광 현미경에 놓고 보자 섬유가 희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바르는 광택제 처리가 되어 있었다(2). 폴리에스테르나 광택제는 2차 대전 이후에 개발된 것이었다. 수집가는 소송을 걸었지만 이 사건은 재판을 하기 직전 해결되었다.3디마지오 사인복 사건개요: 1997년 스포츠 에이전트인 제롬 로몰트는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가 사인을 한 야구복 상의를 배편으로 두 차례 받기로 하고 돈을 지불했다. 조 디마지오가 보낸 첫 번째 선적분은 별 이상 없이 제대로 도착했지만 두 번째 선적되어 온 야구복 상의의 사인은 염료가 번져 거의 쓸모가 없었다. 보험회사가 배상을 꺼리자 로몰트는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했다. 결과 야구복을 정밀 조사한 후 팔레닉은 잉크와 섬유는 똑같지만 섬유유연제는 각각 다른 것이 사용됐음을 밝혀냈다. 첫 번째 선적분의 야구복은 실리콘 오일로 처리가 돼 잉크가 뭉쳐 있었지만(1) 조 디마지오의 사인이 번져버린 야구복들은 지방산 에스테르로 처리됐는데 공교롭게도 이 물질은 잉크를 녹이는 데 알맞은 용매였던 것이다(2). 팔레닉이 증언을 한 2001년 12월 재판에서 로몰트는 보험회사로부터 175만 달러를 받아냈다. 4마틴 루터킹 살해 사건개요: 1976년 암살사건 조사를 하는 하원 상임위원회에서는 마틴 루터킹 주니어 살해 사건을 재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해부 사진(1)을 보면 킹의 앞쪽에 있던 난간에서 튀어 그의 몸에 박힌 것으로 추측되는 쇠조각들이 두피에서 발견된다. 범인인 제임스 얼 레이가 저격한 각도를 고려해 볼 때 그는 난간을 맞출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저격범이 있었던 것일까?결과 현미경 슬라이드를 편광현미경으로 조사를 하던 팔레닉은 이 금속 파편들에 난간을 설치하는 데 사용되는 절단기에 의한 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파편들은 부드러운 것이 납과 흡사했지만 놋쇠는 아니었다. 팔레닉은 먼저 간단한 기술로 실험을 시작했다. 둘로 자른 조각 중 한 개를 용액에 녹인 다음 말려서 요오드화 칼륨을 첨가했다. 그 결과 노란 육각형 모양의 전형적인 요오드화 납이 생성되었다(2). 그런 다음 다른 반쪽을 화학 원소 분석을 하는 X-선 분광 탐지기로 검사했다. 이번에도 역시 납이었다. 킹의 두피에 박혀 있던 금속은 난간이 아니라 총알에서 나온 것이라고 팔레닉은 결론지었다. 또 다른 저격범은 없었던 것이다.5스프레이 페인트 방울 사건 개요: 1960년대에 열여섯 살짜리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던 캘리포니아의 브루커 힐러리에게 10여 년 전 재심이 허용됐다. 증거가 됐던 타이어와 발자국보다 더 확실한 증거를 찾던 수사관들은 재조사해 본 결과 작은 축구공 모양의 페인트 방울을 발견했다. 이것은 힐러리의 자동차 시트 안감에서 떨어진 스프레이 페인트 방울(1) 같았다. 그는 이 페인트 방울을 묻힌 채 돌아다니다가 가는 곳마다 문질러 떨어뜨린 게 분명했지만 배심원들을 설득하려면 이 방울들의 출처가 같다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결과 편광 현미경을 사용해 팔레닉과 그 지역 수사관들은 각 페인트 방울들이 면섬유를 둘러싸고 있음을 확인했다(2). 다음으로 전자 탐침 현미경 검사를 통해 이 물질이 티타늄과 납, 철의 합성물임이 밝혀졌다. 적외선 현미경분광 측정법으로 조사한 결과, 이 페인트의 주성분은 알키드 에나멜이었고, 적외선 스펙트럼을 통해 안료가 프러시안 블루임이 드러났다. 페인트 방울은 용의자와 희생자 중 누구에게서 나온 것이든 똑같은 특징을 띠고 있었다. 힐러리는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6애틀란타 어린이 살해 사건 개요: 1979년과 1981년 사이 애틀란타에서는 20여 명이 넘는 아이들이 살해되었다. 대부분의 아이들 시체에서 올리브그린 색깔의 카페트 섬유가 발견되었다. 1981년 6월 23세의 웨인 윌리엄스가 이 살인사건들 중 두 건과 관련해 기소되었다(다른 열 건의 증거도 결국 그의 재판에서 제출되었다). 이와 유사한 섬유들이 그의 집과 자동차에서 발견되었다. 하지만 피고측에서는 그런 섬유는 흔하다고 주장했다. 결과 단면도를 보면 이 섬유에는 세 개의 돌출부가 있다. 이런 종류의 섬유는 듀퐁사의 신제품으로 '흙이 잘 감춰지는 특성'이 있는 카페트용이었다. 하지만 똑같이 세 개의 돌출부가 있어도 이 섬유들은 돌출부 두 곳은 크고 다른 한 곳은 작다(위). 조사 결과 이 섬유는 사우스캘리포니아의 한 소규모 폴리에스테르 제조업체인 웰멘사 제품으로 섬유 모양을 약간 변형해 듀퐁사의 특허를 교묘하게 피해 만든 것이었다. 웰멘사의 직원들은 이 카페트 제품이 조지아에서는 조금 밖에 안 팔렸다고 증언했다. 배심원단은 희생자들과 윌리엄이 우연의 일치로 이 섬유와 연관되었을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윌리엄은 현재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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