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31 부동산종합대책’이 국회에서 입법화돼 본격 시행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 대책이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됐던 ‘독(毒)’이 빠르게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건설경기 위축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와중에 국내에 살면서 외국에 집을 사는 사람이 한달새 4배 이상 급증하는 등 투기자금의 해외유출 현상도 수면위로 올라섰다. 특히 일부 투기자금들은 ‘환치기’ 등 자금세탁을 통해 불법으로 해외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투기자금 해외로=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7월 외국환거래규정을 고쳐 국내 거주자의 해외 부동산 취득 요건을 완화해준 후 한동안 뜸했던 ‘기러기 아빠’ 등 국내인의 해외 주택 구입이 지난달부터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 신고분을 기준으로 작성한 ‘거주자의 해외 주거용 부동산 취득 현황’을 보면 7월 이후 11월까지 5개월 동안 국내 거주자의 취득 건수는 총 23건에 금액으로는 735만달러에 달했다. 집 한 채당 평균 30만~40만달러에 사들인 것이다. 특히 11월 취득 건수는 총 9건으로 전달의 2건보다 4.5배 늘었으며 이달에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거주자의 해외 주택 취득 건수는 규제가 완화된 7월 2건을 시작으로 8월에 7건으로 크게 늘었으나 해외 부동산 시장의 버블 분석이 대두된 9월 3건으로 뚝 떨어졌었다. 국가별로는 캐나다가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7건), 뉴질랜드(4건), 호주(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외환 당국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에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정보파악 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8ㆍ31 대책 이후 숨죽이던 부동산 투기세력들이 본격적으로 해외 주택 구입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8ㆍ31 대책 후 투 자금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호주 등 한국인이 많이 옮겨가는 지역에는 투자문의가 크게 늘고 있으며 자금조달의 상당수는 외환거래를 국내 거래인 것처럼 위장해 탈세나 자금세탁을 하는 환치기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축허가 면적마저 마이너스=건설수주와 함께 건설경기의 양대 선행지표인 건축허가 면적도 10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이간 통계청의 국내 건설수주(추정액)가 34.8% 급감한 가운데 건축허가 면적도 909만㎡로 전년동월보다 2.4% 줄었다. 당초 건축허가 면적은 0.5%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서울시의 수정 보고로 인해 다시 집계되면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용도별로는 주거용이 14.9% 줄고 상업용이 16.9% 감소했으며 공업용 등은 늘었다. 특히 10월 중 서울시의 건축허가 면적은 53만㎡로 전년동월 101만2,000㎡의 절반 수준으로 수직 낙하했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을 낙관하고 있지만 건설투자의 35∼40%를 차지하는 건축 부문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는데다 공공 부문에서도 정부가 재정 조기 집행에 나서지 않기로 함에 따라 경기회복에 암초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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