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학력 편중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원기찬(사진) 삼성전자 부사장(인사팀장)은 9일 그룹 최초로 실시한 고졸 공채 신입사원 전형을 진행한 뒤 "면접 응시자의 20%는 대학 졸업자의 능력이나 그 이상의 잠재력이 있어 보인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이 같은 고졸 지원자들의 능력을 감안해 당초 계획한 인원보다 100명이나 많은 700명을 이날 최종 선발했다. 전체 지원자 수가 2만명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30대1의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원 부사장은 이날 그룹 기자실에 들러 "학력 중심의 사회구조를 타파하고 능력 중심으로 가자는 사회적 요구의 큰 희망을 찾았다"며 "삼성뿐 아니라 다른 기업도 노력하면 학력보다는 능력 위주로 문화가 재편되는 문화가 이르면 3년 안에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졸 채용을 진행하면서 삼성그룹도 많은 것을 배웠고 응시한 고졸 취업 희망자들을 면접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환경을 꿋꿋하게 극복한 모습에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다"면서 "이런 지원자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원 부사장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처음 실시한 고졸 공개채용을 직접 시행해 본 결과 큰 만족감을 갖게 됐으며 이에 따라 선발 인원도 당초계획보다 100명이나 늘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실기 테스트 과정에서 나타난 응시자들의 실력에 대한 놀라움을 전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연구원이 직접 실전 능력을 가늠하는 과정에서 응시자의 실력에 엔지니어들도 깜짝 놀랐다"면서 "이렇게 우수한 고졸 인재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알아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채에서 만난 젊은 고졸 면접자들은 대체로 저마다 강한 소신을 지니고 있었다고 원 부사장은 소개했다. 그는 "한 여학생은 주변에서 대학에 진학하라고 했지만 이론보다는 실무를 익히고 필요하다면 공부하겠다는 소신이 강했다"며 "과연 나조차도 이 나이에 이렇게 강한 소신을 가져본 적이 있었을까 하고 자문했지만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사회가 고졸자라고 눈여겨보지 않았던 게 아닌지 반성을 하면서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고 반성했다는 이야기다.
원 부사장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고졸 지원자의 감동적인 사연도 전했다. 20대 후반의 한 지원자의 경우 부친의 사업 실패로 고교 1학년 때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대학에 합격하고 이후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10년간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대부분 생활비로 충당하고 등록금은 마련하지 못해 진학을 포기하고 삼성에 취업하게 됐다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