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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눈만 오면 빙판 출근길 왜

내 집앞 눈 쓸기가 의무라고요? … 있으나 마나 한 조례<br>과태료 부과 등 강제성 없어 유명무실<br>서울 사흘째 낙상 신고 300건 넘어<br>제설작업 봉사시간 인정 등 제안 밀물



빙판길서 안 넘어지는 기발한 비법
[이슈 인사이드] 눈만 오면 빙판 출근길 왜내 집앞 눈 쓸기가 의무라고요? … 있으나 마나 한 조례과태료 부과 등 강제성 없어 유명무실서울 사흘째 낙상 신고 300건 넘어제설작업 봉사시간 인정 등 제안 밀물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김연하 기자 yeona@sed.co.kr













강추위와 폭설로 도로 곳곳이 빙판길이 되자 시민들은 신발에 고무줄을 감거나(왼쪽) 신발에 양말을 덧신는(가운데) 등 갖가지 미끄럼 방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한 시민은 걸을 때 엉덩이를 뒤로 빼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오른쪽) 조영호기자

















올 겨울은 유난히 눈이 그친 뒤 한파가 찾아오고 날이 풀릴 때쯤 어김 없이 또 눈이 오는 기상 상태가 반복되고 있다. 눈은 녹을 틈도 없이 켜켜이 쌓이고 있는데 제설작업은 제 때 이뤄지지 않아 이면도로는 모두 빙판길로 변한지 오래다. 이 때문에 일부 외곽지역 보도에서는 플라스틱 썰매를 타는 아이들도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넘어지지 않으려고 팔을 벌려 중심을 잡은 뒤 종종걸음으로 움직이고 있고 춥다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119서울종합방재센터에 따르면 새해 들어 불과 사흘 만에 낙상 신고 건수가 300건을 넘었고 전국 각지에서 빙판에 미끄러져 손목이 부러지거나 골반, 척추를 다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잇따랐다. 직장인 정동현(30)씨는 "회식을 마치고 약간 술이 취한 상태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다 미끄러졌는데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파 술도 확 깼다"며 "다행이 병원을 갈 정도는 아니지만 아픈 기억이 너무 생생해 이제는 빙판길을 걸을 때 바짝 긴장해서 걷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임형수(21)씨는 "평소 같으면 멀리서 버스가 보이면 정류장까지 뛰어가 탔지만 지금은 길이 미끄러워 꿈도 못 꾼다"며 "약속장소까지 멀리 걸어가야 할 경우 5~10분 먼저 나선다"고 토로했다.

길 사정이 워낙 나쁘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를 향한 불만이 쏟아진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에는 6,600여건에 달하는 제설관련 민원이 빗발쳤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제설작업에 늑장 대응하는 당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우선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제설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행정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일이 걸린다"며 "내 집, 내 가게 앞에 쌓인 눈은 내가 먼저 치우는 시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골목 구석구석까지 지자체가 나서 제설작업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효과적인 제설방법이 필요했던 정부와 각 지자체는 2006년 내 집 앞 눈 쓸기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만들어 시민 동참을 호소했다.

서울시의 경우 '건축물 관리자의 제설ㆍ제빙에 관한 조례안'을 만들어 건물 관리자와 소유자, 거주자는 건물과 붙어있는 보도와 이면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도록 했다. 하룻동안 내린 눈의 양이 10㎝ 이상일 때는 눈이 그친 뒤 24시간 이내에 치우고 낮에 내린 눈은 4시간 안에, 그리고 밤에 내린 눈은 다음날 오전11시까지 쓸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조례안에 넣었다.

조례가 만들어진 지 7년째지만 이를 지키는 시민은 많지 않다. 내 집 앞 눈 쓸기가 의무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조례대로 눈을 쓸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부과 같은 처벌이나 강제 조항이 없기 때문에 조례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유명무실화 된 셈이다.

조례가 있음에도 내 집 앞 눈 쓸기가 정착되지 않자 2010년 1월 소방방재청이 눈을 치우지 않았을 때 과태료 100만원 이하를 부과하자는 벌칙조항을 추진했지만 범법자를 양산하고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기까지 정확한 기준을 잡기 모호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데다 기본적인 시민의 의무를 법으로까지 규정하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 등에 부딪혀 백지화됐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당시 과태료 추진이 실패한 뒤 눈 쓸기 강제화에 대한 추가 논의는 없다"며 "지금의 정책 방향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눈 쓸기 동참을 독려하는 쪽으로 잡혀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명무실한 조례에 기대기 보다는 시민 스스로 눈 쓸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눈 쓸기에 나서는 시민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시민상상제안 홈페이지에는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이 제설작업을 할 경우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해주자', '눈을 쓸고 인증 사진을 찍어 올린 아이들을 포상해주자'같은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올라오고 있다. 또 '시민들에게 눈 쓸기 도구를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 '공공근로를 활용하자', '차량에서 나오는 뜨거운 배기가스를 활용해 도로를 녹이자' 같은 제안도 이어졌다. 시 관계자는 "눈을 치웠는지 여부를 판가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인센티브 제도 도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많은 시민이 스스로 눈 쓸기에 동참하도록 독려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역촌동의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는 김태영(67)씨는 눈이 올 때면 자연스럽게 청소 도구를 챙겨 집 앞 골목길까지 눈을 치운다. 그는 "다들 일하기 바쁘고 이웃끼리도 잘 모르기 때문에 눈을 쓸기 위해 나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 눈을 쓴다는 생각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나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무줄·헌양말만 있으면 빙판길도 문제 없어요번뜩이는 아이디어 인터넷에 봇물
꽁꽁 얼어붙은 길을 걷다 넘어지기 일쑤인 요즘, 빙판길을 안전하게 걷기 위한 시민들의 재치있는 아이디어가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노란 고무줄을 신발 앞부분에 감거나 헌 양말을 신발에 덧신기, 목장갑 같은 소재의 천을 길게 잘라 신발에 묶기 등은 가장 쉬운 미끄럼 방지 요령으로 꼽힌다. 한 누리꾼은 "고무줄로 신발을 묶으면 마찰력이 높아져 훨씬 덜 미끄러운데 간편하고 효과도 좋아 자주 활용한다"고 소개했다.

아이디 'rain***'를 쓰는 사용자는 도넛 모양의 철 수세미를 신발에 끼우는 방법을 제안했고 아이디 '웨**'는 신발에 스타킹을 감을 것을 추천했다.

고무줄이나 스타킹, 헌 양말을 신발에 끼우면 보기 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도 있다. 신발 밑창에 아이젠을 감거나 미끄럼방지 테이프를 붙이면 빙판길도 안전하게 다니면서 패션감각을 살릴 수 있다고 누리꾼들은 전했다.

이밖에 ▦미끄럼을 방지할 수 있는 바닥 소재로 된 제품 구입 ▦낡은 밑창 수선 ▦자신의 발 사이즈에 딱 맞는 신발 착용 ▦어그부츠 같이 바닥이 미끄러운 신발보다는 땅에 잘 붙는 운동화나 등산화 착용 등도 낙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졌다.

걷는 자세만 신경써도 낙상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블로거 'DG**'은 "펭귄처럼 팔을 쭉 펴고 손바닥으로 책상 위를 쓸 듯이 앞뒤로 움직이며 걸으면 빙판길에서 넘어지지 않는다"며 "걷는 속도와 보폭을 평소보다 10~20% 줄이고 허리를 약간 숙인 뒤 낮은 자세로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외출 전 간단한 스트레칭을 해 몸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낙상사고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장갑을 낀 채로 걷되 발목 골절 위험이 큰 높은 굽 신발은 되도록 신지 말아야 한다"며 "보폭을 줄여 천천히 걷고 넘어져 다쳤을 경우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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