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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GE의 혁신과 한국의 빅딜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 대기업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 것이 잭 웰치회장이 80년대 초에 단행한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혁신작업이다. 81년 초 GE역사상 최연소, 45세 나이로 최고경영자(CEO)자리에 오른 잭 웰치회장은 시원치 않은 사업체들을 과감하게 떨어버리는 일로 시작했다. 경쟁력이 세계 1~2위에 있는 사업을 제외하고는 인정사정 보지 않고 모두 정리·매각해 갔다. 80년대에 매각한 사업체가 232개, 폐쇄한 공장이 73개에 달했다. 이에 따라 41만명의 종업원 중 10만명을 감원했다. 특히 신속한 의사결정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중간관리층을 대폭 도태시키는 이른바 탈계층화(脫階層化)를 시행하여 10~15단계에 이르는 직급을 4단계로 줄여 버렸다. GE에는 이사·상무·전무와 같은 임원 위계가 없어졌고, 매니저에서 곧바로 부사장으로 승진하게 되어 있다. 관리자들을 코치라고 호칭을 바꾸어 과거 방식같이 부하를 감독케 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를 부하에게 일임하여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케 하는 제도이다. 프로 스포츠의 코치와 마찬가지 역할이다. 이러한 내부적인 혁신을 하는 한편, 사업전망이 좋은 전략 사업이라면 거침없이 인수·합병, 때로는 빅딜을 서슴지 않았다. RCA를 62억8,000만달러라는 거액의 현금으로 사들이는가 하면, 프랑스 톰슨회사에 RCA브랜드 TV·비디오·오디오사업을 떼어 주고 그대신 톰슨으로부터 의료기기사업을 넘겨받는 사업교환으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잭 웰치회장은 지금도 경영일선에서 뛰고 있다. 지난 1일에도 서울로 날아와한국전력이 보유한 한국중공업의 주식20%와 한전기공의 주식 49%를 인수하는 교섭을 마무리지으면서 앞으로 5년동안 10억~15억달러어치의 발전설비를 한국중공업과 한전기공에서 만들어 가겠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근래 정부에서 강력하게 밀고 있는 대기업 구조조정의 밑그림이 확실히 드러나 있지는 않으나, GE의 혁신 케이스가 모델로 크게 참고 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GE에서 했던 것처럼 시원치 않은 사업체들을 과감하게 떨어버리는 작업부터 하라는 정부의 주문 같은데, 대기업 총수들은 아직도 모두 움켜쥔 채 우선 급한 고비를 넘기고 보자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몇 달씩 끄는 진통끝에 내놓은 5대그룹의 사업조정안도 결국 재벌들끼리의 밥그릇 다툼 수준을 넘지 못하는 실망스런 것이었다. 급기야 정부의 강제 구조조정이 몰아치는 양상으로 바뀌어 버렸다. 스스로의 결단 없이 정부와의 흥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타율(他律)·자율(自律)없이 GE를 세계 최우량기업으로 혁신시켜온 잭 웰치회장의 코멘트를 한번 들어보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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