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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합병 반대 세 불리기' 한계… 장기 소송전으로 끌고가나

■ 외국인에 흔들리는 토종기업

주총 연기 가처분 신청… 받아들여질 가능성 희박

표대결서도 불리해지자 합병비율 재조정 요구… 법정싸움 유도할 듯

ISD 카드 활용 관측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9일 재계에서는 "예상된 수순"이라는 분석과 더불어 "엘리엇이 우호세력 결집에 애를 먹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합병 반대에 찬성하는 세(勢) 불리기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 다음달 17일 임시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이면 될 일이지 굳이 시간 벌기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엘리엇의 소송은 마지막까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한 '보여주기식' 액션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판을 키우기가 어려워졌다고 본 엘리엇이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주총 개최를 위해 11일 주주명부를 폐쇄할 계획이어서 관련 절차상 9일이 의결권 가능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삼성 표 대결 벌여도 유리=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삼성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엘리엇의 주총금지 가처분 신청부터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종류의 가처분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절차상 법적 하자가 있어야 하는데 법률상 요건 충족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법무실 관계자는 "엘리엇이 제기한 합병 비율 등에 관한 문제는 주총장에서 주주들이 직접 따져볼 문제라고 법원이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시주총이 예정대로 열리고 이 자리에서 설령 표 대결이 벌어져도 현재로서는 삼성이 불리할 요인이 없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를 보면 삼성SDI, 삼성화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13.59%에 이르고 삼성의 손을 들 것으로 관측되는 국민연금 지분도 9.79%에 달해 7.12%만 확보하고 있는 엘리엇이 불리한 구조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외국인의 삼성물산 지분은 이날 33.70%로 전날과 변동이 없었다. 엘리엇을 돕기 위해 추가로 가세한 외국인 우군은 없었다는 뜻이다.

재계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양사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 주가가 떨어지는데 굳이 이런 부담을 떠안을 외국인 투자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주요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대형 기관투자가에 찬반 의견을 내는 국제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선택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 펀드를 운영하는 외국계 기관이나 연기금은 대체로 ISS의 보고서에 따라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ISS 보고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기전 끌고 가며 매각 타이밍 노릴 듯=일단 주총에서 합병이 의결되면 엘리엇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제한된다. 재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엘리엇이 '1대0.35'로 정해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을 집요하게 문제 삼으며 소송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최대한의 시세차익을 거두려면 합병 무산 가능성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아야 하는데 현재 유일한 방법은 소송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엘리엇이 국내에서 소송을 걸 경우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양사 합병 비율이 국내법을 준수해 기준주가를 토대로 산정한 것이어서 법적 하자를 제기할 부분이 거의 없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엘리엇이 국내 소송 대신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를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 대상 국가의 법 때문에 피해를 볼 경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를 뜻하는데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돼 국내법보다 우선권이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합병 비율을 책정할 때 한국은 주가를 기준으로 하지만 자산가치를 잣대로 내세우는 국가도 있다"며 "엘리엇이 이 점을 소송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소송이 걸리면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경영진을 상대로 직접 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합병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만큼 이를 책임지라는 논리다.

재계에서는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에 헤지펀드가 끼어들어 지배구조를 뒤흔들고 최고경영자(CEO)마저 법정에 불려다니는 최악의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엘리엇의 추후 행보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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