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하연주(34)씨는 단발성 불면증 환자다. 부서회의가 있는 전날이나 팀별 성과를 평가하는 월말이 되면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 일쑤다. 하지만 불면증을 겪는 기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상적으로 잠을 잔다. 잊을 만하면 엄습하는 불면증은 이내 우울증까지 불러왔다. 하씨는 "평소 스트레스에 예민한 편이 아닌데 언제부터인지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시간이 많아지더니 불면증이 됐다"며 "병원에 가서 수면제도 처방 받고 수면에 도움을 준다는 상품도 다 써봤지만 회사 일이 몰리면 다시 불면증이 찾아오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 못 자는 한국인'이 늘어나면서 대한민국이 '불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장기간 잠을 못 자는 만성 불면증 환자는 물론 직장과 육아·취업 등의 스트레스로 인한 단발성 불면증 환자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세계수면학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불면증을 겪는 인구는 평균 40% 내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세 이상 성인 중 불면증을 경험한 사람이 73.4%에 달하고 이 중 4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불면증의 비중은 9.6%에 이른다.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지는 않더라도 불면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10명 중 7명꼴이라는 얘기다.
불면증은 수면을 조절하는 뇌가 각성과 이완이라는 핵심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다. 20분 안에 잠들지 못하거나 자다가 두 번 이상 깨는 날이 일주일에 나흘 이상이면 불면증이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밤에도 계속 깨어 있어야 하는 현대인의 생활방식과 과도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불면증을 방치하면 우울증은 물론 비만·심장병·뇌졸중까지 일으킬 수 있어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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