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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브리지, 제일은행 인수 본계약 파장

◇변화의 첫 단추는 소매금융=윌프레드 호리 제일은행 신임 행장은 23일 경영전략의 포인트를 중소기업과 소매금융에 맞추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인 상품전략은 밝히지 않았으나 뉴브리지는 본격적인 경영이 시작되는 다음달 18일(매각대금 입금일)을 기치로 선진 금융기법을 무장한 첨단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은행들이 금융 겸업이 허용되기 전 제한적으로 내놓은 겸업상품들은 구시대적 유물로 금세 변할 전망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핵심업무 외 전면적으로 겸업이 실시될 경우 뉴브리지는 우선 보험과 카드상품을 결합한 신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2차 구조조정의 또다른 촉매제=뉴브리지에 이어 이달 안에 서울은행을 위탁경영할 또다른 외국 금융기관이 입성한다. 경영권만 주지 않을 뿐 서울은행의 위탁경영기관도 외색의 물결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격할 게 분명하다. 특히 서울은행의 위탁경영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JP모건 등은 뉴브리지보다 훨씬 강력한 선진기법을 들고 나올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국내 은행산업을 필두로 한 금융산업 전체의 시장흐름을 바꿔놓게 마련이다. 시장점유율의 변화는 건전성이 아직도 취약한 국내 은행들을 뒷켠으로 몰아세우고 이는 다시 은행간 합병 등 구조조정 작업을 예상보다 앞당길 게 틀림없다. 무엇보다 내년부터 예금자보호 대상이 2,000만원 이하로 낮춰지고 예금보험료율이 차등화되면 금융기관간의 차별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도 최근 『내년 국내 은행에 또 한번의 자연적 합병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혀 이같은 흐름을 넌지시 비추었다. 금융연구원도 국내 금융시장의 미래 모습으로 『대규모 고객기반과 전국적 시장규모를 갖춘 4~6개 금융기관(은행)과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화금융기관(증권·보험) 등으로 양분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지배구조와 은행원 의식에도 변화=웨이지안 샨 뉴브리지 아시아담당 본부장은 이날 제일은행의 외국인 경영진과 관련해 재무담당 경영자(CIO), 전산담당 경영자(CTO) 등이 주력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여신담당자도 포함된다. 물론 국내 은행들이 지금까지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와중에서 외국인이나 외국 금융산업의 경험을 지닌 사람들을 폭 넓게 영입해왔다지만 업무별로 수십년에 걸쳐 세계적 명망을 지닌 뉴브리지의 경영진 앞에서 과연 힘을 발휘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뉴브리지는 또 신주발행을 통해 5% 정도를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에 할애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원들의 실적을 철저하게 계량화, 그에 합당하게 보수를 책정하겠다는 의도다. 한미은행 등 일부 은행이 내년부터 전 팀장급에 한해 스톡옵션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하고 있지만 아직은 연습단계.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시작된 지 2년이 넘도록 선진 금융의 흉내만 내고 있는 은행들에 또다른 자극제로 다가올 것임을 예고한다. ◇고객들도 긴장해야=물론 뉴브리지 입성에 따른 선진기법 도입은 국내 은행의 미완적 개혁모습에 젖어 있는 국민들에게는 신선하게 보일 수 있다. 보다 고급화된 서비스에 「과연 외국은행」이라는 찬사를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소박한 생각일 수도 있다. 외국 은행들은 철저하게 고객을 차별화한다. 돈이 안되면 무시한다. 세계 최대은행인 HSBC의 경우 지하철역이나 은행지점 건물 밖에 설치된 ATM기가 대부분 업무를 처리한다. 한산한 점포 안에선 극소수 직원들이 통장개설이나 상담업무를 해준다. 고객을 창구 밖으로 내모는 「우회적 수혜방법」을 펼쳐나갈 것이란 얘기다. 주택은행이 지점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전부 콜센터로 이관, 지점 인력의 업무량을 줄여 단편적인 선진지점의 모습을 보여줬다지만 뉴브리지와 서울은행 위탁경영기관이 내놓을 영업전략에는 턱없이 원시적 기법으로 비춰질 날이 머지않았다. 뉴브리지도 겉으론 『현재 제일은행의 지점과 인원이 적정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새 행장으로 결정된 호리씨는 『은행의 인력과 점포는 고객의 규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선진국 은행지점 모습에 젖어 있는 그가 과연 국내 은행 인력구조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은행권이 이미 FLC라는 새로운 자산건전성 잣대를 도입, 차별화된 여신전략을 꾸려 나가기 시작했지만 외국 은행의 문턱 앞에서 어설픈 재무구조로 그들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은행 관계자는 『뉴브리지는 크게 봐서 성장성이 있는 벤처기업과 일부 우량중소기업을 제외하고는 여신범위를 극도로 축소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외국 은행을 상대하는 국내 고객들의 의식부터 서둘러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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