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식경제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때이른 무더위에 전력사용난이 급증하고 가뭄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인데 두 부처는 장마가 빨리 시작되기만 기원하고 있다. 말 그대로 '천수답식 대책'이다.
2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기온이 1~2도 오르면 전력수요는 150만kW까지 늘어난다.
반대로 비가 오면 그만큼 온도가 내려가 냉방수요가 줄어든다. 정부가 내심 장마를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구가 밀집돼 있는 중부 지역에 장마가 시작되면 전기사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장 기상청은 다음주에도 전국 대부분의 지역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장마전선이 중부 지역으로 올라오는 시점은 다음달 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년에는 6월 말이면 중부권에도 장마가 시작됐다.
지경부의 고민은 공업용수에도 있다. 현재 충남 지역이 가장 가뭄이 심각한데 주요 석유화학업체가 입주해 있는 서산 대산 산업단지 인근의 대호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가뭄이 계속되면 충남 지역 공업용수 공급에 커다란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농식품부의 장마 기대치는 더 하다. 정부는 천수답을 제외하고는 지하수를 뚫어 모내기를 할 수 있도록 긴급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미 농산물 가격이 뛰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평년(최근 3년 평균)에 1개당 1만2,617원했던 수박은 21일 현재 1만6,340원에 팔리고 있다. 고구마도 예년에는 1㎏당 4,530원이었지만 지금은 7,708원이나 한다. 무려 41%나 값이 폭등한 것이다. 대파도 1㎏에 1,998원에서 2,948원, 참외도 10개에 1만5,112원에서 1만7,020원으로 오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가뭄이 계속되면 농산물에 물기가 없어져 상품성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팔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든다"며 "결국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농식품부는 당장 꺼낼 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
전문가들은 가뭄이 '천재(天災)'라고는 하지만 정부의 보다 세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정부는 이번주 중 가뭄대책비 및 준설비 용도로 7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가뭄이 지속될 경우 금강과 영산강 등 4대강에 확보된 물을 비상용수로 활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가뭄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범정부 차원의 가뭄대책안'을 마련, 확정했다.
우선 22일부터 해갈시까지 국방부와 농식품부ㆍ방재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한다. 가뭄과 관련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는 것은 지난 2001년 6월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전력사정의 경우 수요예측 수준을 더 정밀하게 높여야 하고 발전소 등 충분한 예비설비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금 전망대로라면 내년도 겨울 때까지는 예비력이 400만kW를 넘나드는 전력 보릿고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절전운동과 산업체들의 조업시간 조정에만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 농업 분야의 경우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충남 계룡저수지가 대표적인데 용수량을 늘린 덕에 계룡저수지 인근 지역은 이번 가뭄에 따른 피해가 거의 없다. 서산ㆍ태안 등 지하수를 뚫기 어려운 해안지역은 주민들의 상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이번 기회에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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