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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벤처 클 수 있는 토양 만들자


최근 벤처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모바일ㆍ3차원(3D) 같은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 바람이 불면서 젊은층이 벤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벤처는 말 그대로 모험으로 성공요소보다는 위험요소가 더 많지만 보상이 크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벤처는 국내총생산(GDP)의 5%를 차지하고 8만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는 칭찬을 받는다. 하지만 지난해 말 2만5,000개를 넘어선 벤처 가운데 성공 사례로 꼽을 만한 기업은 극소수이다. 원천기술 바탕으로 성장케 해야 성공을 눈앞에 뒀다 해도 이제는 대기업이라는 큰 문턱에서 넘어질 때가 많다. 자본주의 시장의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돈이 된다 싶으면 벤처의 고유 영역이나 기술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성장동력에 목마른 대기업은 넉넉한 자금으로 기술력 있는 벤처를 인수합병하거나 지분투자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이를 윈윈 전략이라고 하거나 대기업의 자본력으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제 꽃을 피워나가려는 벤처기업의 앞길을 가로막는 행태일 때가 더 많다. '한국의 트위터'로 관심을 끌었던 미투데이는 최근 네이버에 인수됐고 비즈메카는 KT에 인수돼 제 기술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개인휴대단말기(PDA), 디지털 셋톱박스, MP3플레이어, 소형 가전, 김치냉장고 등 웬만한 하드웨어나 전자기기시장 가운데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곳이 없다. 대기업의 참여는 거시적으로 보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을 수 있지만 중소 벤처기업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어렵사리 시장을 창출해놓았더니 대기업이 큰 노력 없이 시장을 단기간에 빼앗아가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정보기술(IT)업계에 가장 큰 폭풍을 불고 온 클라우드 컴퓨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염려가 된다. 미국의 경우 인프라 사업자는 인프라만 제공하고 지원하는 반면 우리는 통신사가 클라우드 시스템도 개발하고 서비스도 제공한다. 벤처와 대기업의 중복되는 자원과 기술 낭비는 클라우드가 성장하기 어려운 기형적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덕분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IT 인프라의 대전환을 가져올 기술이라고 천명했던 벤처기업의 오피니언 리더들,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클라우드시장의 문을 열었던 중소 벤처기업들은 잊혀지고 있다. 자금력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의 클라우드시장 진출 덕에 기술력 있는 벤처는 하청업체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전문기업이 설 수 있는 토양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결국 기술력 하락을 가져온다. 기술 혁신에 기반한 전문화를 원천으로 성장하는 벤처기업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틈새시장을 발굴ㆍ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높은 기술력과 해외시장을 갖고 있어야 하고 정부ㆍ대기업도 벤처시장을 지켜줘야 한다. 지금 미국ㆍ일본ㆍ중국 등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확산시키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국 정부도 연구소와 각종 컨소시엄을 발족, 특화된 클라우드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 최근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클라우드시장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 비해 시작은 늦었지만 한국 벤처가 지금까지 보여준 기술력이라면 얼마든지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대·중기 각자 영역서 발전하길 이런 때일수록 기술력 있는 벤처가 힘을 쓸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벤처가 상생한다는 것은 대기업이 벤처의 기술력을 잠식하는 게 아니라 벤처의 기술을 지원하고 벤처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생 아래 대기업과 벤처가 서로의 영역에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도 세계적인 벤처 강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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