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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 통해 융ㆍ복합 상품 나올 수 있어야 보험산업 발전
“행복과 안전의 원천인 보험 위상 커질 것”
노인질병보험 등으로 시장 개척…보험 순기능 적극 홍보해 나갈 것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완연해지면서 보험 산업의 미래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진단이 많다. 실적 등 각종 지표는 그나마 양호하지만, 영업과 자산운용의 두 축에서 동시에 울리고 있는 경고음 때문에 보험사마다 내실 다지기 등 비상경영을 공식화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손해보험협회 집무실에서 만난 문재우(58ㆍ사진) 회장은 “위기가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보험 산업의 전망을 낙관했다.
당장은 힘든 환경임에 틀림없지만, 보험이 국민의 행복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그 이유다. 문 회장은 “국민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장 밀접한 금융상품이 보험”이라며 “노후를 걱정하고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는 고객에게 보험의 정체성과 순기능을 알려나가면 보험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그런 관점의 연장선에서 보험업에 대한 육성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 회장은 “새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상품 개발을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장려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통해 의료 서비스 등 여타 부문의 상품 등이 결합된 융ㆍ복합 상품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보험과 관련해서는 진료비 항목 명세서의 코드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보험 사기 예방을 위해 형법 내 보험사기죄를 신설해야 한다고 확인했다.
대담=이병관 금융부 차장 yhlee@sed.co.kr
보험 중요성 커져…고령화 맞춰 노인질병보험 출시
문 회장은 보험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여전히 낮다고 말했다.
금융산업을‘은행ㆍ증권ㆍ보험’이라고 무의식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견해다. 하지만 문 회장은 이 구도가 조만간 깨질 것으로 봤다. 사회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보험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고도 성장기에는 자본 조달형 금융인 은행과 증권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선진국 문턱에 와 있어요. 금융과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결합된 보험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손의료보험은 금융과 건강ㆍ의료가 접목돼 있고, 자동차보험은 금융과 운전매너 등 교통문화가 얽혀 있어요. 선진국으로 갈수록 보험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역으로 보험산업이 발전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어요”
박근혜 정부가 행복하고 안전한 나라를 표방한 것도 반겼다. 보험의 필요성을 웅변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회장은 “국방과 치안을 뺀 사건, 사고, 질병 등 모든 위험에 대비하는 상품이 보험”이라며 “노후안전, 교통안전, 생활안전, 산업안전을 4대 목표로 삼아 정부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에서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화에 대비해 손보업계가 준비하고 있는 회심의 카드가 노인질병보험(가칭)이다. 소득이 주로 발생하는 시기(30~50대)와 의료비의 집중적인 지출 시기(은퇴 후)가 다른 데 착안한 상품으로, 젊었을 때부터 의료비 재원을 마련해두자는 취지다.
문 회장은 “현재 40세인 사람이 65세가 된 시점의 생애의료비가 9,200만원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민건강보험의 65세 이상 보장률이 68%수준에 불과한 만큼 노후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이 출시되면 수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자동차 보험, 진료비 과다 청구 손봐야
‘국민 보험’하면 뭐니뭐니해도 자동차보험이다.
집집마다 차를 보유하고 있어 자동차 보험료는 서민 생활 안정에 민감한 정부가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점검하는 대표적인 항목으로 꼽힌다. 지난해 4월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평균 2.5%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손해율 악화로 손보사의 고민이 크다. 문 회장은 손보사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보험료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상 기후 등으로 지난해 4~12월 자동차 보험의 누적 영업 적자가 5,000억원으로 집계될 정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하지만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TF를 만들어 비용의 자체 흡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손해율 악화를 초래하는 원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도 주문했다.
“올 하반기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자동차 사고 심사도 맡기게 돼 비급여(국민건강보
험에서 지원하지 않는 의료비용) 부문에서 이전보다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
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미흡한 점도 많아요. 시행 중인 경상환자 입원 가이드라인의 경우 강제성이 없어 집행력이 담보될 수 있도록 고시 등으로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또 병원들의 진료비 과다청구를 막을 수 있도록 진료비 항목 명세서의 코드화도 절실합니다”
보험 불신 막으려면 보험사기죄 신설해야
보험의 이미지를 깎아 먹는 것 중에 가장 큰 것이 바로 보험사기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낸 보험료가 엉뚱한 곳으로 새는 셈이라 보험업 자체에 대한 불신을 낳는다. 보험 사기의 추정 규모는 지급 보험금 규모의 12.4%인 3조4,000억원(2010년 기준) 에 이른다. 1가구당으로 환산하면 무려 20만원에 육박한다.
문 회장은 보험사기죄 신설에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현재 보험사기를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하다 보니 형량이 낮고, 보험사기미수에 그친 사람의 처벌도 어렵다”며 “선진국처럼 별도로 보험사기죄를 만들어 형량도 엄중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의 순기능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문 회장은 “손해보험만 놓고 봐도 1년에 고객에게 풀리는 돈이 무려 20조”라며 “보험으로 희망을 찾고 역경을 헤쳐 나가는 사람이 그만큼 많지만 보험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높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에 협회에서 보험에 가입해 큰 도움을 받았던 고객들의 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발간하는데, 미력하나마 보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갈길 먼 글로벌화, 꾸준한 투자 필요
이웃나라인 일본의 동경해상화재는 원수보험료 가운데 20%가 해외에서 나온다.
하지만 국내 보험사는 대형사도 아직 1%에도 못 미친다. 각국마다 금융이 규제산업이라 해외 진출에 제약 요건이 많다는 점을 인정해도 글로벌화의 진척이 더딘 게 사실이다.
자산운용 측면에서도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승산이 없기에 해외 진출은 지상과제에 가깝다.
문 회장은 “결국 사람이 중요한데, 인재 투자는 장기적일 수밖에 없어 꾸준한 투자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국내 자동차 보험의 경우 가격 대비 서비스관점에서 세계적인 명품으로 손색이 없다”면서 “자동차보험을 전진 기지로 삼아 더 노력하면 차츰 성과가 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협회도 다른 나라 유관기관과 정보 교류 등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 회장은 “이제까지 동남아 등지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해 왔는데, 올해는 인도에 진출할 것”이라며 “특히 오는 6월 서울에서 글로벌 최대 행사인 세계보험협회연차총회(IIS)가 열리는 만큼 국내 보험산업을 알리는 데 활용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상품 개발 장려해야 산업 발전 가능
문 회장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국민의 안전과 복지를 담당하고, 고용 효과도 44만명에 이르는 보험 산업의 역할을 존중해주고 이를 육성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으면 하는 바램을 나타냈다.
그는 “이제 금융도 다른 분야의 서비스와 결합된 상품이 나와야 한다”며 “가령 건강자문 서비스와 보험 상품이 혼합된 상품처럼 고객 수요를 잡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순수보험만으로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기 어려워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상품을 설계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 회장은 “유전학에서도 잡종강세란 말이 있지 않느냐”며 “당국도 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규제는 강화하더라도 영업과 상품 개발은 북돋아 주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보험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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