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인력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스스로 임금, 작업환경 등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정부가 세제 등을 통해 지원하지 않는다면 인력 엑소더스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열악한 근무 여건 탓에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뿌리산업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여건이 열악한 뿌리기업 근로자들은 퇴근 후 구직 사이트를 전전하며 이직을 꿈꾸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조업체 B사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차로 한 시간이면 서울에 갈 수 있다지만 일은 많고 직원은 부족해 매일 야근하며 일하고 잠자기 바쁘다"면서 "주변 업체보다 월급이 조금 높다고 하지만 작업장 곳곳에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고 푸념했다.
핵심인력의 이탈도 문제다. C사 공장장은 "핵심인재로 키우려던 직원이 최근 사표를 제출하러 찾아왔는데 붙잡을 방법이 없었다"며 "회사에서는 직원들 월급 10만원 올려주는 것도 비용이 많이 든다며 꺼리는데 직원들에게 애사심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핵심 인재 한 명이 퇴사할 경우 감소하는 매출은 2억7,000만원에 달한다. 중소기업연구원이 200개사를 대상으로 핵심인력 퇴사에 따른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 가운데 최근 3년간 핵심인력이 이직한 비율은 34.5%다. 이들 기업에서 3년간 발생한 핵심인력 이직은 평균 1.9건, 전체 매출액 감소는 기업당 평균 5억2,000만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뿌리산업 업체 수는 2만6,013개, 종사자는 42만 명으로 각각 전체 제조업의 7.6%, 11.7%를 차지하고 있다. 뿌리산업은 투자 대비 취업 유발효과가 제조업의 타 업종에 비해 높아 인력고용 기여도가 높다. 뿌리산업의 54.4%에 해당하는 1만4,145개의 사업체가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 분포하고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뿌리산업일수록 중소기업에서도 직원들을 위해 투자를 하고 직원들도 회사에 이바지하는 선순환이 되어야 하지만 실상은 서로 노력하지 않아 문제"라면서 "정부에서도 뿌리기업이 인력에 투자하고 근무여건, R&D 투자를 늘리도록 장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