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과 중국발(發) 악재로 글로벌 증시가 크게 출렁거리는 가운데 한국증시가 미국증시에 선행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증시가 오르면 미국증시도 동반 상승하고 한국증시가 약세를 보이면 미국도 이내 내림세로 돌아선다. 과거 코스피지수가 일방적으로 다우존스산업지수의 흐름을 추종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4거래일 연속 코스피지수와 미국 다우존스지수가동조화(커플링)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최근 한미 증시의 동조화 현상은 과거처럼 미국이 앞서고 한국증시가 뒤따라가는 게 아니라 그 반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1일 코스피지수가 1.76% 오르자 그날 밤 개장한 다우지수도 1.05%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거래일 역시 코스피지수가 0.02% 하락하자 다우지수도 0.20% 떨어졌다. 이처럼 한국증시가 빠지거나 오르면 미국증시도 덩달아 등락을 함께하는 현상은 8일부터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한국증시가 미국증시에 선행해 움직이는 것은 유럽과 중국 리스크가 최근 글로벌 증시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유럽국가들의 재무 리스크가 글로벌 증시를 강타하며 각국의 주식시장이 크게 빠졌던 5일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한미 양국의 주가 흐름은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의 재무 리스크에 중국의 긴축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미국증시로서는 유럽증시와 아시아 증시의 눈치를 모두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에서는 유럽 및 중국 리스크가 가장 큰 변수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다우지수에 선행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증시 수급을 이끌고 있는 주체가 외국인이라는 점도 이런 현상을 가져온 원인으로 꼽힌다. 헤지펀드 등의 자금이 글로벌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미국증시보다 한발 앞서 국내 증시에서 매매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지자 지난해 3월 이후 대거 유입됐던 글로벌 단기자금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과정에서 한국증시의 선행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변동성이 잦아들면 이런 흐름도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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