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1월 인수위원회 경제분과 토론회에서 강한 어조로 2금융권 연대보증 폐지의 필요성을 말했다. 박 대통령은 "연대보증 때문에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막힌다"면서 "연대보증만큼은 이번 정권에서 반드시 고쳐 창조기업 탄생에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2개월 후 이번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나섰다. 신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숭실대 창업보육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시중은행에서 제2금융권으로 연대보증 폐지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번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금융권 연대보증 폐지에 대한 구체 방안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완전 폐지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폐지시 금융권의 리스크 우려가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제도 손질부터 감독권 이관까지 적지 않은 숙제가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광범위한 연대보증 족쇄=금융시장에서 연대보증 관행은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손쉬운 채권회수와 리스크 회피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채무자의 친지에게까지 줄줄이 연대보증의 족쇄를 채웠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연대보증제도의 폐해를 전면적으로 지적해왔다.
서울경제 보도 이후 금융당국은 보증제도 전반에 대한 수술작업을 벌였다. 그리고 지난해 5월부터 시중은행은 물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개인사업자대출에 대한 연대보증을 폐지했다.
현재 2금융권 중에서 여신전문업체는 여전법상 연대입보가 불가능하지만 '대환론' 형태의 대출에 연대보증을 적용하고 있다. 보험업종에서는 기업대출에 한해, 저축은행에서는 기업과 개인 등에 광범위하게 연대보증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은 주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취급한다는 이유로 대출규정상 연대입보가 가능하도록 명시돼 있다. 신협ㆍ수협ㆍ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은 농협을 제외하고 개인 및 기업 대출시 연대입보를 요구하고 있다.
◇시중은행도 연대보증의 독버섯 여전=제도상으로는 2금융권에서만 연대보증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실상 연대보증이 폐지된 시중은행에서도 여전히 연대보증 위배 사례가 존재한다. 하나은행이 3월 초부터 자체적으로 연대보증 위반ㆍ미이행 사례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하나은행이 올 상반기 예정된 정기종합검사를 염두에 두고 연대보증에 대한 자체 검수에 착수했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그만큼 신규나 연장 대출에 연대보증 위배 사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말에는 대구은행과 경남은행 등 일부 지방은행들이 연대보증 부당운용 등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2금융권 연대보증 폐지 움직임도 현재로서는 더디기만 하다. 연초 당시 박 당선인의 2금융권 연대보증 폐지 발언 이후 당국은 "폐지의 취지에 대해 공감한다"며 "추가로 얼마나 더 (연대보증을 폐지)할지 검토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부랴부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그 이후 "2금융권의 연대보증을 연내에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대략적인 계획만 밝혔을 뿐 현재까지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당국이 2금융권 연대보증 문제에 선뜻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건전성 우려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저신용자에 대한 소액신용대출을 확대하면 저축은행의 리스크 부담이 커지고 불가피하게 연대 입보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연대보증을 폐지할 경우 2금융권의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을 겪으며 부실 은행의 퇴출작업이 일단락된 상황에서 또다시 건전성 악화를 촉발할 수 있는 부담감이 작용한다.
비금융권으로 분류되는 대부업계에서는 경기침체로 급전을 융통하려는 저신용계층이 크게 늘면서 불법ㆍ편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부업권의 경우 기본적으로 사인(私人) 간의 거래로 분류돼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적다. 이 때문에 대부업권의 연대보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부업권을 정식 금융기관에 편입시키고 감독권을 금융감독원으로 이관하는 등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