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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서울포럼 2015] 미치오 카쿠 "과학은 富의 원천… 기초과학 키워야"

■기조연설자 카쿠 교수-정재승 교수 대담

과학·공학의 발전이 위대한 문명 만들어

신산업 창조하려면 규제 풀고 교육 강화를



'물리법칙'이라는 접안렌즈와 '과학'이라는 대물렌즈로 만든 망원경으로 먼 미래를 내다보는 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물리학과 석좌교수가 오는 27~28일 열리는 '서울포럼 2015'에 기조강연자와 세션 토론자로 참석한다.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카쿠 교수가 포럼에 앞서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카쿠 교수는 물리학을 기반으로 뇌과학까지 연구영역을 넓혔으며 정 교수도 물리학을 전공하고 뇌인지과학 분야를 연구 중이다. 인터뷰는 물리학자로서의 자의식에 대한 문제부터 뇌공학과 인간 정신, 그리고 미래에 대한 얘기까지 폭넓게 이어졌다. 인터뷰는 정 교수가 정리했고 인터뷰 전문은 서울포럼 2015 홈페이지(seoulforum.kr)에서 볼 수 있다.

정재승 교수= 한국에도 팬들이 많은데 끈이론 등 이론물리학자로 더 알려져 있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

미치오 카쿠 교수= 많은 나라에서 강연했지만 한국은 아직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달 말 첫 방문과 한국 사람들과의 대화가 각별히 기대된다.

△정 교수=많은 물리학자들이 당신의 강연 능력, 그리고 일반인들과의 소통 능력을 부러워한다. 특히 이론물리학의 어려운 개념을 잘 설명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 비결은 뭔가.

△카쿠 교수=어렸을 때 아인슈타인이 그의 마지막이자 최대 걸작이었던 통일장이론을 마무리할 수 없었다는 얘기를 듣고 완전히 매료됐다. 그래서 그의 업적을 알고 싶어서 도서관에 갔지만 그때마다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없어 무척 좌절했다. 그래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이론물리학자가 되면 적어도 나처럼 최신 과학에 대해 알고 싶어 도서관을 찾는 젊은이들을 위해 책을 쓰겠노라고 말이다. 그때부터 마음속으로 내 책을 읽어줄 독자를 정했던 것 같다. 내 책의 독자는 바로 청년 시절의 나 자신이다. 나는 어린 시절 읽고 싶어했던 책들이 무척 많았다.

△정 교수=나 역시도 내가 읽고 싶은 과학서적이 세상에 없어 그것을 쓰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책을 쓰는 경험으로 들어섰다. 당신 얘기가 깊이 와 닿는다. 당신은 최근 미래를 다룬 책들을 쓰고 있다. 당신이 공부한 물리학이 미래학자로서의 길을 걷는 데 도움이 되는가.

△카쿠 교수=매우 그렇다. 나는 물리학자로서 어떤 새로운 테크놀로지(기술)건 그 뒤에 있는 본질을 보고자 한다. 그게 바로 물리학의 기본법칙이다. DNA건, 컴퓨터건, 우주여행이건 간에 이런 기술의 핵심에 물리학 법칙이 항상 존재한다. 그래서 물리학자로서 어떤 기술이 불가능한지, 실현 가능한지 즉각 알 수 있다. 가끔 다른 미래학자들이 제시하는 예측을 읽다 보면 민망할 때도 있다. 물리학 기본법칙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물리학을 이해하면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알 수 있다.

△정 교수=기술이 실현 가능하다고 해서 널리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따져봤을 때 생산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우수한, 실현 가능한 기술은 미래에 반드시 등장한다고 생각하면 미래예측이 틀릴 수 있다. 게다가 복잡계이론에 따르면 본질적으로 비선형적인 세상은 미래예측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학을 어떤 태도로 접근해야 하는가.

△카쿠 교수=맞는 지적이다.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것은 연구실에서 미래를 발명하고 있는 최고급 과학자들을 인터뷰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기본전략은 속임수를 쓰는 것이다. 과학자들 실험실에 촬영팀과 함께 들어가거나 마이크를 갖고 가서 그들의 발명품이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시청자들에게 말하도록 한다.

△정 교수=당신은 언젠가 인간이 기술의 힘을 빌려 불로장생이 가능하고 화성으로 이주도 할 것이라 예측하는가.

△카쿠 교수=유전자 치료가 지체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유전자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게다가 결국 우리는 지구를 떠나야만 한다. 태양이 50억년 후 대폭발을 일으켜 소멸하기 때문이다. 만약 지구를 떠나야 한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적으로 우리 자신을 변화시켜야만 한다.

△정 교수=당신이 생각하는 시간의 스케일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긴 것 같다. 그 전에 우리 인류가 멸종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카쿠 교수=수천 년 동안 많은 왕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불로천(청춘을 되찾아주는 전설의 샘)은 이제껏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다. 대신 과학은 인류에게 불멸에 대한 몇 가지 실질적인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가능성들은 모두 물리학 법칙 내에서 잘 들어맞는다. 무질서와 혼돈의 총합은 반드시 증가한다는 엔트로피 법칙은 우리에게 사물은 반드시 늙고 부패하고 녹슬고 분해돼 썩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외부에서 에너지를 추가한다면 이 과정은 반대로 될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세포가 부패하도록 만드는 분자적 유전적 기제를 격리하는 게 한 방법이다. 손상을 입으면 노화과정을 야기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많은 유전자를 격리하는 일을 생명공학이 현재 하고 있다.

컴퓨터에 우리 자신의 복사본을 만들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감정·개성 등 삶에 대한 모든 지식이 부호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기억과 느낌을 포함해 우리 뇌의 중성적 경로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커넥톰'이라고 불리는 디스크를 가질 수도 있다. 우리가 죽더라도 우리의 게놈과 커넥톰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서 미래에 디지털 방식으로 부활할 수도 있다.



△정 교수=그것이 지금처럼 '의식을 갖고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류가 의식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보는가.

△카쿠 교수=인간역사를 통틀어 인간의 뇌는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블랙박스와 같은 것이다. 물리학 덕분에 인류역사 전체 기간 동안 살아 있는 뇌에 대해 알았던 것보다 지난 15년간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최초로, 물리학 덕분에 우리는 살아 있는 뇌 내부의 에너지 흐름을 결정할 수 있게 됐고 현재 인간 뇌에 관한 이론을 테스트하고 있다.

△정 교수=나도 단순한 기능만 하는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정신'이라는 것을 만들어내는지 그 물리학적 과정이 궁금해 뇌과학자가 됐다. 물리학자로서 당신이 뇌에 관심을 갖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카쿠 교수=물리학은 위대한 신비를 풀어내는 데 있어 매우 놀라운 역할을 한다. 특히 모든 과학에서 가장 뛰어난 신비는 두 가지다. 바로 우주의 기원과 지능의 기원이다. 지난 수세기의 모든 사색과 철학은 흥미롭지만 이들의 사유는 재현 가능하고 테스트 가능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로부터 나오는 결과물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물리학은 진짜 과학적 결과를 보여주면서 우주론과 뇌과학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정 교수=컴퓨터와 뇌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컴퓨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분리돼 있어 업로드라는 개념이 가능하지만 인간의 뇌는 구조를 바꾸며 기능을 바꾸는 형태, 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구분이 없다. 그런데 업로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카쿠 교수=수십 년이 지나면 복잡한 기억을 녹음하거나 업로드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근로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학생들은 과학을 업로드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런 식으로 기억·감정·느낌 등이 인터넷으로 전해지는 '브레인넷'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엔터테인먼트와 정보의 원천 역할을 하고 있는 영화와 텔레비전을 대신할 수 있다.

△정 교수=우리는 로봇과 일자리 경쟁을 할 것이라고 믿는가.

△카쿠 교수=로봇이 지금 당장 자리를 대신할 것 같지는 않다. 현재 가장 진보한 로봇이라 할지라도 그 지능은 바퀴벌레 수준이다. 그래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로봇은 기껏해야 3D, 즉 따분하고 더럽고 위험한 일에 사용될 것이다. 실질적으로 로봇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은 구직시장이 될 것이다. 반복적인 일은 로봇이 대신할 수 있다. 에이전트와 브로커 같은 중개인 직종과 같은 중산층 직업은 점점 더 로봇이 대신할 것이다. 이 말은 과학적일 미래를 대비해 일반인들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정 교수=최근 사회적 상호작용이 가능한 로봇이 등장해 서비스업에도 뛰어들 듯하다. 그러면 인간의 일자리를 상당히 위협할 것 같은데. 당신은 왜 우리가 과학을 연구하고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믿는가.

△카쿠 교수=과학은 모든 부의 원천이다. 증기기관에서부터 전기와 자기장, 오늘날의 컴퓨터 혁명에 이르기까지 과학은 수십억 인류를 빈곤과 무지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것을 아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과학을 파괴시킬 수 있다. 위대한 과거 문명은 과학과 공학을 어떻게 발전시켰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해준다. 또 한 가지 역사를 통해 배울 점은 이러한 거대 문명의 쇠퇴와 추락은 혁신의 정신과 과학적 발견을 무시하거나 억누를 때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정 교수=그렇다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카쿠 교수=과거가 아닌 미래의 직종을 위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규제축소, 규제에 따른 세금감면과 같이 사업가들이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고 혁신하는 것을 더 쉽게 해줘야 한다. 또 기초연구를 지원해야 한다. 실질적인 돌파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일자리와 부를 만들어내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이라는 생각을 대중에게 인기 있는 문화를 통해 그 안으로 서서히 불어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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