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올들어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대규모로 주식을 사들였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특히 최근 ‘2차 엔저’에 따라 일본으로의 자금 집중이 가속화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외국인의 일본 주식시장 누적 순매수는 644억9,800만 달러(한화 약 72조원)에 달했다.
반면에 한국 시장에서는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국내 시장에서 32억4,100만 달러(약 3조2,000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엔화를 무제한 방출하는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에 올해 들어서도 외국인 자금의 일본 시장 유입은 계속됐다. 이 사이 한국 시장은 외국인에 철저히 소외된 셈이다.
지난달 중순께 엔화 약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외국인의 일본 주식 순매수는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그러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자 다시 순매수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연초 이후 외국인의 일본 주식 순매수 규모는 372억 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달 초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 발표 이후 단숨에 650억 달러선까지 급증했다.
외국인은 이달 8∼12일 한 주 동안만 무려 159억4,900만 달러 어치를 일본 주식시장에서 순매수했다. 전주 89억200만 달러까지 단 2주일 만에 250억 달러 규모를 순매수한 것이다.
지난 4일 일본은행은 2년 안에 물가 상승률 2%를 달성하기 위해 내년 말까지 본원통화량을 지난해 말의 두 배로 늘리고 장기 국채 매입 규모도 지금보다 두 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일본 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이동하는 동안 한국시장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최근 6주 연속 외국인이 순매도세를 나타냈다.
연초 이후 외국인 누적 순매수는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후 누적 순매도 규모는 빠르게 증가해 19일에는 42억3,300만 달러까지 증가했다.
외국인 자금 이동은 한국과 일본 증시의 성적과도 직결됐다.
코스피는 19일 기준 연초 대비 4.5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28.1% 상승했다.
코스피의 부진과 외국인 이탈은 엔화 약세와 기업 실적 우려, 북한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강력한 정책에 힘입어 엔화 약세가 나타나고 일본 주가는 많이 오르고 있다”라며 “일본 경제 전반에 정책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는 반면 상대적으로 한국 증시는 매력이 떨어져 외국인 자금이 일본으로 쏠리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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