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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법인 서류 열람권' 국가간 분쟁유발 소지

■ 美 기업개선법안 주권침해미 의회가 상장회사의 회계 부정을 종식시키기 위해 추진하는 법안이 외국의 금융감독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는 유럽 국가들에 의해 제기됐다. 미 상ㆍ하 양원이 24일 폴 사베인스 상원의원(민주)이 제안한 법안을 골격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법안에 합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서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국가들은 이 짧은 며칠 사이에 주권을 침해할 독소 조항을 제거하기 위해 외교적 차원의 압력을 넣고 있다. 문제는 현재 사베인스 법안의 조항이 유럽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한국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점이다. ▶ 강대국의 논리 유럽 국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조항은 미 금융감독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외국의 회계법인에 대해 서류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현재의 규정은 SEC가 다국적 기업의 해외 법인 또는 해외 기업의 미국 현지 법인에 회계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국가의 감독당국에 요청, 협조를 얻어서 회계회사의 자료를 열람할수 있다. 사베인스 법안에 포함된 새 규정은 글로벌 시대에 다국적 기업의 분식회계를 효율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해당국 감독기관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모순점을 안고 있다. 외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자국의 회계 부정 사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 규정이 강대국의 논리가 숨어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영국이 이 문제를 지난 주에 먼저 제기했고, 유럽연합(EU)도 동조, 조만간 미 의회에 공문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이 통과되면 SEC는 한국의 회계 법인에 대해서도 회계감사를 한 회사의 회계 장부와 서류를 보여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외환 위기 이후 미국계 기업들이 대거 진출, 현지 법인을 세우거나 기업을 인수한 경우가 급증했고, 다수의 한국 회사들도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SEC가 자국내 기업 부정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에 있는 모기업 또는 자회사를 감사한 회계 회사의 자료를 요청할 수 있고, 이는 회계에 관한한 주권 침해의 소지를 안고 있다. 특히 기업의 중요한 정보가 미국에 흘러 들어갈 위험이 있다. 올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기업 사기 행위가 터지면서, 그동안 글로벌 스탠더드로서 자리잡아온 미국의 일반회계기준(GAAP)에 대한 신뢰도 땅에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강화된 회계와 기업 구조개선 법안이 다른 나라에 대해 또 다른 규제로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예견돼 왔던 일이다. ▶ 국제회계기준 논란 EU는 미국내 회계 부정 사건이 확산되자 대표단을 미국에 보내 미 정부가 국제회계기준(IAS) 규정을 수용할 것을 요구해왔다. EU는 오는 2007년까지 가맹국의 상장기업에 대해 의무적으로 IAS를 채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이를 수용하면, 글로벌 회계 원칙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EU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보다 다른 나라의 회계를 열람할 수 있는 조항을 삽입, 새로운 국가간 분쟁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미 상하 양원이 합의한 법안은 1929년 대공황 이후 만들어진 금융 개혁 법안 이래 기업과 금융회사에 대해 가장 강력한 법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베인스-옥슬리 법안으로 명명된 합의안은 상원법안을 모태로 하되, 지나치게 규제 조항을 다듬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마지막 문구 수정 기간을 며칠 앞두고 있어 유럽을 비롯, 각국이 최종 법안까지 어떻게든 수정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외교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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