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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앞바다 때아닌 '정박대란'

배 운영할 곳 없고 잔금지급 부담에 선주사들 "인도 늦춰달라" 요청 쇄도<br>조선소마다 임시 정박 수십여척 달해… 하루 수천만원 유지비도 큰 부담으로


"우리 조선소 앞바다는 꽉 찼으니 다른 쪽을 이용해 주세요." 국내 조선업계가 선주사의 요청으로 인도가 지연된 배들 때문에 때 아닌 '정박난'을 겪고 있다. 선박인도시기를 늦춰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면서 제작은 마쳤지만 인도하지 못한 배들이 크게 늘어나 조선소 앞바다까지 점령해 버렸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선주사들의 요청으로 인도시기가 늦춰진 배들이 조선소별로 수십여척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선업체에 선박을 발주한 선주사들이 완성된 배를 가져가 봐야 딱히 운영할 곳이 없고, 완성된 배를 인도 받을 때 전체 선박가격의 20~40% 가량의 잔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 탓에 잇달아 인도시기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올 초까지만 해도 인도시기가 늦춰진 선박을 조선소 내 암벽 근처나 여유공간에 임시로 정박해뒀지만 최근 들어 물량이 급증해 조선소 앞바다에까지 정박 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 그리스의 대표적인 해운업체인 다나오스(Danaos Corp)가 최근 발표한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건조중인 컨테이너선 25척의 인도를 연기하기로 했다. 이중 20척이 한국 조선소에 발주한 물량이다. 개별업체 별로는 한진중공업이 6,500TEU급 5척과 3,400TEU급 5척, 현대삼호중공업이 1만2,600TEU급 5척, 성동조선해양이 6,500TEU급 5척 등이다. 다른 선주사들이 공식ㆍ비공식적으로 인도시기를 늦춘 배들까지 포함하면 제작을 마친 상당 수의 선박들이 인도되지 못한 채 바다 위에 그냥 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는 잔금납입이 미뤄져 자금사정이 악화될 뿐만 아니라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들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수고까지 떠안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게다가 일부 선주사들은 인도지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하루 수백~수천만원 가량의 유지비용마저 조선소에 떠넘기는 경우도 있어 조선업계의 고충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18만DWT 케이프 사이즈급 선박의 경우 하루에 330만원 정도의 정박료를 비롯해 유류비, 선원 인건비 등 바다 위에 하루동안 떠있기 위해 약 1,000만원 가량의 유지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인도지연 요청으로 인해 임시로 정박해 놓은 선박이 수십에서 수백척에 달할 것이라는 말들이 공공연히 오가고 있다"며 "신규수주가 안돼 선수금이 메말라 버린 상황에서 인도 시 받게 되어있는 잔금마저 받지 못하니 자금사정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도지연 요청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선주사들은 그나마 양반"이라며 "하루에 수백~수천만원씩 들어가는 정박비용마저 부담해야 하는 조선업체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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