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또다시 폭락(환율상승)하며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추가로 통화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유가 하락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관측돼 출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의 시장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연말연시에 폭락했던 루블화 가치는 올해 3월20일부터 안정세에 접어들어 달러당 49루블대까지 상승(환율하락)했으나 5월 말 이후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서 4일 현재 장중 63루블까지 추락했다.
특히 지난주 후반부터 약세가 가팔라져 자칫 조만간 기존의 사상 최저 수준(올해 2월4일 약 67루블선)까지 평가절하될 수도 있다. 블룸버그도 "통화옵션 시장을 보면 이달 중 달러당 통화가치가 65루블을 넘어갈 가능성이 지난달 31일 이후 세 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루블화 폭락세가 재개된 것은 유가하락 때문이다. 원유 수출액은 러시아 국가재정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여서 '유가폭락 → 재정난 및 경기하강→ 통화가치 추락'의 리스크를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브렌트유 가격은 5월6일 배럴당 69.52달러(연고점)을 기록한 후 급격히 떨어지더니 이달 3일(현지시간)에는 배럴당 50달러선마저 붕괴됐다,
물론 러시아 정부와 중앙은행에 아직 루블화 폭락에 대응할 여력은 남아 있다. 여전히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3,600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정책대응 수단도 아직 남아 있다. BNP파리바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환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정부는 수출기업들에 보유외환을 보다 정상적인 가격 수준에서 매도하라고 압력을 넣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이 생각보다 허술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 뉴욕 소재 싱크탱크인 현대러시아연구소(IMR)는 지난달 27일자 자료에서 3,600억달러에 달하는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이 표면적으로는 넘쳐 보여도 실제 구조는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중 각각 약 750억달러씩 양대 국부펀드인 준비기금(Reserve Fund)과 국가복지기금(National Wealth Fund)에 예치돼 있는데 러시아 정부가 최근 구멍 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이들 기금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경제전문가인 세르게이 구리예프도 2016년 말에 준비기금이 바닥날 수 있다고 최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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