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26일 일본 탄광 등으로 강제 동원된 중국인 근로자와 유족 37명이 미쓰비시머티리얼과 일본코크스공업 등 2개 기업을 상대로 베이징시 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배상요구 금액은 1인당 100만위안(1억7,400만원 상당)이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지난 1972년 중일국교가 수립된 후 중국이 일본에 강제징용 배상을 요구하는 첫번째 집단소송이 된다.
특히 베이징을 시작으로 허베이·산시·산둥성 등 2차대전 당시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지역에서도 유사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여 사법부가 소장을 정식으로 수리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산케이신문은 중국 징용 피해자들이 배상을 청구할 기업이 최대 35개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산케이에 따르면 중국은 1972년 국교정상화 당시 공동성명을 통해 일본에 대한 청구권 포기 의사를 밝혔으며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정부 간 교섭으로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중국 정부는 개인배상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일본과의 경제관계 등을 고려해 징용 피해자들의 소송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소장을 수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과 역사인식 문제 등으로 대일관계가 냉각된데다 한국에서 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이 줄을 이어 중국 정부의 대응전략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중화전국변호사협회'가 주도가 된 이번 소송 준비에는 정부계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과 베이징대 관계자들도 포함돼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지적했다. 이들은 제소에 앞서 중국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 대일 민간배상을 지원해달라는 청원서도 제출한 상태다. 청원서에는 "일본 기업의 행위는 국제적인 인도(人道)에 반한다" "우리나라 (징용) 근로자의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산케이는 기업들이 배상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중국 내 경제활동에서 큰 불이익을 받게 되고 배상할 경우 기업들에 대한 연쇄 집단소송이 새로운 중국 리스크가 될 것이라며 베이징 법원의 결정에 따라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중일관계에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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