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재정경제부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2달 연속 경기에 대한 엇갈린 진단을 내놓고 있어 큰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재경부는 올 들어 우리 경제에 대해 ‘내수 흐림, 수출 맑음’이라고 분석을 내리고 있는 반면 KDI는 경제동향보고를 통해 ‘내수 맑음, 수출 흐림’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특히 재경부가 내놓은 그린북 1월호와 2월호의 민간소비 분석 내용이 거의 같은 것이어서 ‘성의’ 없는 분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DI는 9일 발표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내수 관련 지표들은 전반적으로 내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반면 수출은 소폭 둔화되는 조짐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내수의 경우 소비재 판매액이 전년동월 대비 2.7% 증가, 11월(4.3%)보다는 많이 내려갔지만 이는 지난 2005년 12월 증가세가 워낙 컸던 데 따른 ‘반락’효과라는 것. 뿐만 아니라 이를 계절조정 전월비로 보면 오히려 1.0%의 견실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수출에 대해서는 완만한 둔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1월 중 수출실적이 전년동월 대비 21.4%로 크게 증가했지만 이는 전년동월의 수출실적이 당시 설 연휴 등으로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부각된 기저효과라는 것이다. 특히 조업일수 1일당 수출금액을 계절조정한 수치가 지난해 10월 이후 완만하게 둔화하고 있어 수출둔화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재경부는 이보다 하루 앞서 내놓은 2월 그린북에서 “약화된 내수 모멘텀을 수출이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도 소비 등 내수 둔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며 KDI와 상반되게 전망했다. 재경부는 수출의 경우 세계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해외수요 증가가 수출에 탄력을 주고 있으며 이 때문에 올 1월 중 수출도 두자릿수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민간소비는 지난해 3ㆍ4분기 이후 증가세가 다소 조정을 받는 등 올해 우리 경제가 내수 둔화 속 ‘상저하고’형 경기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내수경기를 보완할 수 있는 거시ㆍ미시적 대응에 주력하겠다”며 “내수 모멘텀 약화에 대응, 기업환경 개선과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등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부진한 건설투자를 보완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월에도 재경부와 KDI는 내수ㆍ수출 전망을 둘러싸고 극명한 시각차를 내비쳤다. 당시 KDI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수출에 대해 “지난해 10월 이후 산업생산 증가세가 둔화되고 재고 증가세는 소폭 확대돼 수출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경기둔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재경부는 1월 그린북에서도 “세계경기 호조에 따른 해외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2월과 같은 진단을 내렸었다. 내수 부문 역시 증가세 조정 시점이 2006년 2ㆍ4분기(1월 그린북)에서 3ㆍ4분기(2월 그린북)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도 기본적으로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다만 그 속도의 차이에서 KDI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린북이 경제의 긴 흐름을 가지고 매달 분석을 하는 까닭에 표현이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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