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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장 기능 무시한 적정임금제


건설업 면허1호 업체인 삼부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소식에 건설업계가 크게 놀라고 있다. 최근 물가상승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실물경제에서 물가ㆍ성장ㆍ실업이 조화를 이루며 바람직한 수준을 달성하고 성장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성급한 마음에 인위적인 개입의 유혹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물가상승이 심상치 않자 정부가 개입의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개입 과정에서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행위를 죄악시하고 가격은 내재적 가치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솔깃할 수 있다. 이러한 믿음에서 시장을 잡아보겠다는 시도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아쉽게도 성과는 늘 초라했다. 공사물량·고용규모 감소 유발 물가와 전쟁의 백미는 아프리카 짐바브웨 사례에서 볼 수 있다.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물가앙등이 탐욕스러운 기업 때문에 일어난다며 지난 2007년 6월 모든 물건값을 50% 이상 인하하는 법을 선포했다. 처음에 시민들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 환호했다. 법 시행 첫날 상점 문이 열리자 사재기 행렬이 나타나 물건을 싹쓸이했다. 물건 사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자 약탈적 사재기가 더욱 기승을 부렸다. 급기야 기업들은 생산을 중단했고 상점은 텅 비었다. 2008년 물가상승률은 무려 12억%를 기록했다. 경제를 법으로 제압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이다. 경제적 문제는 사람들의 욕구에 비해 이를 충족시킬 재화가 상대적으로 희소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자원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가격은 상대적 희소성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배급이나 추첨 등의 방법도 있겠지만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 외에 다른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물건이 부족해질 것 같으면 가격을 올려 서민에게 고통을 주는 기업을 비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부에서는 인위적인 가격조정에 대해 특히 매력을 느낀다. 시장은 기업의 이기적 행동을 정당화시켜주고 불평등을 확대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기본적으로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건설임금을 정부가 정한 적정임금 수준으로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은 장기적으로 노동력을 고갈시킬 만큼 낮다고 보고 100여개 직종별로 정부가 일일이 정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려는 것이다. 이 제도는 1930년대 사회가 극도로 불안했던 대공황 시절 미국 일부 주에서 도입했던 적정임금(prevailing wage) 제도와 유사하다고 한다. 하지만 적정임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1980년대 이후 9개 주에서는 제도를 철폐하기에 이르렀다. 첫째, 적정임금은 시장임금보다 40∼50% 이상 높아 공사비를 크게 늘리게 된다. 그만큼 공사물량은 감소하고 기업은 고전하게 된다. 둘째, 임금상승으로 고용규모는 감소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미숙련 근로자의 경제적 상태는 오히려 악화된다. 특히 연줄이 없는 근로자들은 시장임금으로 일하려 해도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 셋째, 저임 근로자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차별적 조치가 된다. 넷째, 지역별ㆍ직종별로 복잡하게 결정되는 적정임금에 이해당사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부정과 조작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 이해당사자 부정·조작 가능성 커 이처럼 많은 문제점을 가진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시장기능에 기초한 경제활동이 법과 명령에 의한 의사결정보다 공정하고 효율적이다. 시장기능을 무시한 적정임금 제도는 당초 선의와 달리 잘못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특정 산업의 임금만 인위적으로 통제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국가가 경제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는 경제를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정치인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회발전에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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