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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예절] "잠시 꺼두는 여유를"... 광고도 변화바람
입력1998-11-02 00:00:00
수정
1998.11.02 00:00:00
몇년전 오렌지쥬스 광고에 쓰였던 「따봉」이라는 말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모 PC광고의 「밤 새지 마란 말이야」라는 말은 순식간에 청소년들의 유행어로 자리매김했다. 어느 맥주광고에서 선보인 「랄랄라 춤」은 전국민의 춤으로 각광받았다. 광고의 영향이 얼마나 큰 지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광고는 그만큼 우리들의 의식공간에 알게모르게 다가오면서 새로운 문화를 선도해 가고 있다. 광고를 만들때 공익성을 무시할 수 없는 점도 바로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선 이 부분을 간과한 광고가 종종 눈에 띈다.◇불건전한 통신문화의 주범은 통신광고인가=요즘 광고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동통신 광고가 공익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대표적인 광고로 손꼽히고 있다.
최근 몇년간 이동통신 광고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입증해준다. 저마다 가입자 확보를 최우선시한 「나만 잘났어」형 광고가 그 공통점. 기지국이 가장 많네, 통화품질이 월등하네, 어디서나 통화할 수 있네 등 우리회사 장점 내세우기 광고가 최근까지의 주류였던 것은 주지의 사실. 여기에 비교광고를 통한 경쟁사 헐뜯기 광고가 가세하면서 이동통신 광고 시장은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식의 생존다툼의 장으로 변질되어 갔다.
이러다보니 공익적 성격은 둘째치고 지하철에서 잘 터진다며 큰 소리를 치는 모습, 공적 장소를 도외시한 채 아무데서나 걸린다고 자랑하는 장면등 다소 통신예절에 어긋나 보이는 광고들이 여과되지 않고 안방에 무차별적으로 파고드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에따라 통신문화에 대해 특별한 지식이 없는 소비자들이 이런 광고를 별 거부감없이 받아들여 지하철에서도 큰 소리로 『응, 난데』를 당연하다는 듯이 연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광고가 불건전한 통신문화 조장에 일조한다는 불명예를 덮어 쓴 꼴이다.
정보통신부 관계자 또한 『그동안 이동통신 업체들이 이용자 수 증가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통신이용 예절등의 홍보 노력에는 전무한 게 사실』이라며 『광고및 홍보등 건전한 통신문화 정착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모 광고회사 담당자는 『통신광고 초창기엔 경쟁이 치열해 통신회사나 광고회사 모두 공익성까지 고려하지 못했다』라며 『앞으로 통신업계에 구조조정바람이 몰아친다면 비난을 받더라도 자사 이기주의식 광고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으로 건전한 통신문화 정착은 통신광고가 책임진다=이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서서히 통신광고의 유형이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삐리리릭~」이란 구호는 「때로는 잠시 꺼 두자」라고 반전됐고, 극장이나 지하철등 공공장소에선 휴대폰을 자제하자는 「휴대폰 에티켓 캠페인」도 나왔다. 그동안 앞쪽만 보고 내달리던 회사들이 통신문화 폐해의 심각성을 깨닫고 건전한 통신문화 정착에 발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 수준의 통신문화」를 가장 먼저 외치고 나선 업체는 SK텔레콤. 지난 몇년간 채시라와 권용운을 기용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라는 캐치프레이즈의 코믹광고를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공익적 성격의 광고로 과감히 전환시켰다. 이는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라면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후속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동통신업계의 맡형답게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시도, 업계에 경종을 울린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통신프리텔 또한 이에 뒤질세라 「극장에선 휴대폰을 끕시다」라는 극장용 광고를 만들어 일반에 공개, 요즘까지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영화 「넘버 3」의 송강호가 등장해 극장에선 매너를 지키자는 내용을 코믹하게 전달한 이 광고는 최근엔 TV에까지 방영되어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제작사인 제일보젤 관계자는 『점차 이동통신이 붐을 이루면서 휴대폰으로 벌어지는 각종 해프닝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에따라 통신문화의 정착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에서 이 광고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단말기 생산업체인 삼성전자도 휴대폰의 공공장소 통화예절이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열차내에서는 벨소리를 진동으로 바꿔 주세요」라는 「휴대폰 에티켓 캠페인」을 전개중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6개월간 계속될 이 캠페인외에도 연세대등 5개 대학 교내방송을 통해 「지금은 애니콜 타임입니다」라는 방송을 내보내 벨소리를 진동으로 바꾸자는 통화예절 캠페인을 독자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통신예절 지침서 보급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단법인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역시 「공공장소에서의 무절제한 이동전화 이용-올바른 통신예절이라 할 수 있을까요?」라는 제목으로 공익광고를 선보이며 일반인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지하철과 버스 안, 공연장과 강의실등 무분별한 이동전화 사용이 소음공해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지금은 통신예절이 무엇보다 시급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업체가 통신예절의 중요성을 담고 있는 캠페인성 광고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준다면 통신문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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