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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즈니스] 오라클

지난 10월 27일 하와이 호놀룰루에는 6,000여명이 넘는 컴퓨터 전문가들이 모였다. 미국, 유럽, 아시아,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컴퓨터와 소프트웨어(SW)라면 나름대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었다.그들이 모인 이유는 오직 하나. 미국의 오라클 사가 개발한 「기업자원관리시스템」(ERP) 때문이었다. 「오라클 어플리케이션 사용자 그룹 컨퍼런스(OAUG)」란 이름의 이 행사는 95년부터 매년 봄·가을 두번씩 열리고 있다. 세계 2위의 SW업체인 오라클이 최근 ERP에 얼마나 힘을 쏟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오라클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오라클의 한 직원은 『옛날에는 택시를 타면 무슨 생수 회사냐』고 물어온 적도 있었다고 귀뜸한다. 지난해 매출액이 71억 달러에 달하고, 3만4,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소프트업계의 또다른 공룡. 바로 오라클이다. 잘 알려진 데이터베이스 SW를 비롯해 데이타웨어하우스, 전자상거래, 지식관리시스템, ERP 등 오라클의 제품은 기업의 리엔지니어링을 위한 가장 인기높은 솔루션의 하나로 꼽힌다. 오라클(ORACLE)이란 말은 「예언자」란 의미다. 옛날 신에게 받았던 예언의 말(신탁)이 「오라클」이다. 「미래를 예언한다」는 뜻의 회사 이름은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 회장과 이 회사의 성공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미래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 바로 오라클의 성공 비결이다. 엘리슨 회장의 「예언」은 「데이타베이스 관리시스템」(DBMS)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는 79년 거대한 데이타베이스 「덩어리」에서 원하는 데이타 하나를 찾아내는 「관계형 데이타베이스관리시스템」(R-DBMS)을 세계최초로 개발해냈다. 「모래에서 바늘을 찾아내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이 제품은 이후 컴퓨터와 회사의 경영 시스템을 하나로 묶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오라클은 현재 세계 DBMS 시장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조금 과장해서 만일 오라클 제품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기업에서 쓰는 업무용 프로그램의 절반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엘리슨 회장은 회사 매출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이타베이스 시장의 성장세가 최근 둔화되자 다시 새로운 예언을 시작했다. 바로 ERP다. ERP는 생산, 판매, 인력관리 등 기업의 모든 자원(RESOURCE)과 업무를 컴퓨터로 분석·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오라클의 김용석 컨설팅팀 차장은 「ERP의 미래」에 대해 『여름에 대부분의 에어콘을 파는 회사라면 원자재를 언제 사와서 (겨울부터) 한 달에 몇 개씩 만들어 창고에 보관해야 하는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던 기업의 생산, 판매 계획을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이 ERP다. 「예언자」 오라클이 ERP에 초점을 맞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사실 오라클은 ERP에 관한 한 「예언」이 조금 늦었다. 독일의 SAP사가 ERP시장의 1위 업체. 오라클은 2위다. 그러나 오라클의 데렉 윌리엄스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사장은 『오라클의 제품이 훨씬 더 다양한 범위의 업무를 지원한다』며 『현재 15%인 시장점유율을 2000년까지 10% 높여 수위 업체로 발돋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라클은 ERP를 인터넷에서 운용하는 것은 물론 데이타웨어하우징, 전자상거래 등 다른 사이버 비즈니스와도 연계할 계획이다. 또 제조, 유통, 금융 등 산업별로 특화된 ERP 프로그램을 제공할 방침이다. M&A, 결합재무제표 등에 대비한 재무 시스템에도 ERP가 가장 적당하다고 오라클은 주장한다. 한국오라클도 「예언」의 전통을 벗어나지 않는다. 한국오라클의 역사는 벌써 10년. 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중 가장 먼저 국내에 들어온 업체중 하나다. 매년 80%이상 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중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 먼저 시장에 뛰어들고, 확실히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킨 것이 비결이다. 국내 경쟁업체들이 한국오라클의 「예언」에 귀를 세우는 것도 이같은 「예언의 정확성」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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