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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생들이 공감하는 KAIST 개혁
입력2011-04-14 18:03:43
수정
2011.04.14 18:03:43
KAIST 비상학생총회가 '경쟁과 규제 일변도의 교육정책 실패를 총장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총학생회 요구안을 부결시킴으로써 KAIST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연쇄자살을 비롯한 모든 문제가 과도한 개혁에서 비롯된 것처럼 외부에 비치고 있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힘들지만 세계 일류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살사건이 잇따르면서 서남표 총장의 개혁조치는 집중포화를 당했다. 국회 교과위 야당 의원들은 해임촉구 결의안까지 마련했다. 잘못된 개혁의 결과를 총장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방향으로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학생들이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고 이의를 제기한 셈이다. 실제로 자살한 학생 4명 중 학점미달로 차별등록금을 부담한 학생은 1명이고 연구비 문제 때문에 자살한 교수의 경우 개혁 탓으로 보기 어렵다.
서 총장의 '급격한 개혁조치'가 학생과 교수에게 압박감을 준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학생은 징벌적 등록금제도와 학사경고 확대로, 교수는 정년보장과 재임용 문제로 각각 불안과 긴장감을 느꼈을 것이다. 서 총장 자신도 KAIST를 세계 일류대학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의 포로'가 돼 소통을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소통부족을 이번 사태의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학가 세계 일류대학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것은 개혁을 외면하고 현실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세계 일류대학 가운데 성적이 부진한 학생에게 경고를 하지 않는 대학이 없고 교육강도도 강화되는 추세다. 이 같은 글로벌 추세를 외면하고 학생과 교수 편의에 따라 학교를 운영해서는 일류대학이 될 수 없다. 대학사회에서 KAIST의 지위가 크게 향상된 것은 고강도 개혁의 결실이다. 학생과 교수가 잇따라 자살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KAIST의 개혁은 옳은 방향임을 학생들이 증언하고 있다. 대화를 위해 구성된 KAIST 혁신비상위와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개혁의 기본방향을 유지하되 속도조절을 비롯한 보완책을 강구하는 것이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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