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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통해 세상읽기] 소진·장의의 안민재택교

전란 휩싸였던 中 춘추전국시대… 외교 수완으로 흥망성쇠 판가름

주변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한국 '택교 전문가' 키워야 미래 열려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이 떨리는 목소리로 항복을 선언했다. 그로 인해 동아시아 지역도 평화가 찾아왔다. 우리는 8월15일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날을 광복절로 기념한다. 일본 제국주의는 8월15일로부터 보름이 더 지난 9월2일에 도쿄 만에 정박한 미주리호에서 항복 문서에 사인을 했다. 중국은 9월3일을 전승일로 삼아 기념해오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세종문화회관에서 ‘광복70년 경축식’을 갖고 광화문광장에서 ‘국민화합대축제’를 갖는 등 성대한 행사를 벌였다. 스스로 축하할 날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9월3일 전승일 행사에 박대통령을 초청했다. 청와대 측은 초청에 응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꽤 오랜 고민 끝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지난 5월9일 러시아 전승일 기념 참석 여부를 두고 고심을 하다가 9월3일의 중국측 행사에도 같은 고민을 했다.

우리는 왜 8월15일 광복 70주년의 기념일에 세계 정상을 왜 초청하지 않고 국내 행사로 치렀을까? 아직도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한반도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광복 70주년를 국제 행세로 개최할 만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계 정상을 초청하려고 미리 계획했더라면 러시아와 중국의 참석 여부도 손쉽게 결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초청에 응한 나라가 초청하면 당연히 답방하는 식으로 정리하면 이곳저곳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주변의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외교의 중요성이 낮다고 할 수 없다. 어떤 외교적인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국제무대에서 외톨이가 될 수도 있고,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춘추전국시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시기였다. 이때도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군사력 못지않게 말과 전략으로 엮어가는 외교가 망국을 피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소진과 장의는 다른 사람들보다 누구와 어떻게 사귈 것인지를 결정하는 택교(擇交)의 의의를 강조했다.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근본은 외교 대상의 선택에 달려있다. 대상을 잘 선택하면 국민이 편안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국민은 평생 불안해 한다.”(안민지본安民之本, 재우택교在于擇交. 택교이득擇交而得, 즉민안則民安. 택교부득擇交不得, 즉민종신부득안則民終身不得安.) 줄이면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외교 대상을 잘 정하는 데에 달려있다는 ‘안민재택교’(安民在擇交)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춘추전국시대에 택교가 여러 차례 빛을 발하여 나라를 멸망의 위기를 벗어나게 하기도 했고, 나라의 국력을 집중력 있게 사용해 혼란의 세상을 통일할 수도 있었다.

공자는 제나라가 자신의 조국 노나라를 침략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공자는 이 문제를 걱정하자 제자 자공이 길을 떠나 노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외교적 실력을 발휘했다. 자공은 먼저 제나라로 가서 실익이 없는 노나라가 아니라 남쪽의 오나라랑 싸우게 했다. 이어서 자공은 오나라로 가서 남쪽에 있는 월나라를 견제하며 북쪽의 제나라를 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월나라로 가서 오나라가 제나라를 치면 오나라를 침공하라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자공은 진(晉)나라로 가서 남쪽의 오나라 북상을 저지하려면 대비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정보를 알렸다.



그 뒤 상황은 자공이 예상한 대로 움직였다. 제나라가 노나라로 가지 않고 기다리는 사이에 오나라가 북상하여 공격했다. 이 싸움에서 오나라가 대승을 거두자 여세를 몰아 진나라와 겨뤄서 대승을 거두었다. 오나라가 승리에 도취할 즈음에 월나라가 대비가 소홀한 오나라를 공격하자 오나라는 자국으로 급히 돌아가지 않을 수가 없다. 최종적으로 월나라가 오나라를 무너뜨리고 패자가 되었지만 노나라에서 그 어떠한 전쟁의 고통을 겪지 않았다. 자공이 물고 물리는 국제 정세를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 노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노나라가 제나라의 침략을 걱정할 때 살아날 길이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자공은 국제정세를 파악하여 노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지금보다 더 고민스러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살아날 길을 찾으려면 지금부터 자공과 같은 택교의 전문가를 길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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