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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 잘돼야 경제발전"

위기의 한국경제에 신선한 해법 제시<br>■ 한국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라 (신장섭 지음, 청림출판 펴냄)



책 서문부터 인상적이다. '이 책의 탈고를 거의 끝내 갈 때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께서 비상근 자문관으로 일을 해달라고 초청해 주셨다. 강 장관께 필자가 집필 중인 책이 정부 정책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말씀 드렸고 강 장관께서도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다.(11쪽)' 그러면서 '이 책에 실린 주장들은 전적으로 필자의 것이고 현 정부나 기획재정부와는 아무 관계 없음을 밝혀둔다'고 당부의 글도 덧붙였다. 저자는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로 이름이 꽤 알려진 경제학자다. 국내 여러 매체를 통해 현실 경제에 대한 진단과 제언을 한 바도 있다. 책은 세계 경제 위기 앞에 흔들리는 한국 경제의 거시적 해법을 담고 있다. 정경유착, 샌드위치론, 금산분리 등 핵심 이슈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신선하다.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가 "고정관념과 편협한 이론이 지배하는 후텁지근한 경제 토론장에 불러온 신선한 바람과 같은 책"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우선 그 자체로 부정적 인식을 주는 용어인 정경유착. 저자는 "정경유착을 잘해야 경제 발전이 빨라진다"는 과감한 주장을 내세운다. '시장은 혼자서 작동하지 않고 항상 정부와 맞물려서 돌아간다. 상법이나 정부 규제가 없는 나라는 없다… 정부 규제는 기존의 경제활동에 맞춰서 만들어져 있다. 새로운 사업들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과거 규제가 바뀌어야 한다… 정부가 얼마나 신속하고 유연하게 국민경제의 필요에 따라 규제의 틀을 바꿔 나가느냐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의 속도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58쪽)' 그러면서 정치와 경제가 분리된 영미권 국가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지 못한 이유가 기업인들의 필요를 잘 알지 못하고, 알더라도 대응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필리핀처럼 재벌이 은행을 사금고처럼 쓴 뒤 망하면 정부 돈으로 갚아주는 잘못된 방식의 정경 유착은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대중 정권 이후로 끊임 없이 제기된 영미식 금융산업 육성 정책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저자는 "미국의 금융 산업이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기준 7.76%로 한국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며 "한국이 금융업 비중을 높이더라도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지극히 미미하다"고 말한다. 그는 금융자본의 속성을 이유로 제시한다. 금융자본은 수익을 목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10년 이상의 기간이 걸리는 산업 투자에 인색하며 불확실성이 조금만 보여도 손절매로 이어진다는 것. 결국 경제의 핏줄로서 기업 부문에 산업 자금줄 역할을 하는 기능이 거의 실종된 채 가계대출 확대, 파생상품 판매 등으로 세계 경제 위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기업 대출을 확대해 투자를 늘리고 소비를 증가시키는 방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한다. 그 밖에 경제자유구역 정책, 재벌 해체론 등에 대해서도 독특하고 신선한 견해를 내놓는다. 신문기자 출신답게 일반 이론에 치중하지 않고 사례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분석과 대안을 제시한 점은 특히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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