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ㆍ고가주택 보유자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8ㆍ31부동산종합대책이 시장에서 갈수록 맹위를 떨치고 있으나 고가 또는 중대형 아파트 값은 끄떡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소형 아파트는 수도권 아파트 값 하락세를 주도,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5일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가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기준시가 9억원 이상 고가아파트 매매값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지난 한달 동안 0.54%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종부세 부과대상이 아닌 아파트는 0.14% 하락했다. 기준시가가 9억9,500만원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68A평형의 경우 지난 한달간 8,000만원 상승했고 기준시가 9억2,150만원인 58C평형은 5,500만원 올랐다. 수요자는 있는데 매물이 적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 시세자료(재건축아파트 제외)도 최근의 양극화 현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32평형 미만은 소형, 32~50평형은 중형, 50평형 이상 아파트는 대형 평형으로 분류된 이 자료에 따르면 8ㆍ31대책 이후인 9월1일부터 같은 달 28일까지 서울의 소형 아파트는 0.36% 하락한 반면 대형 아파트는 오히려 0.3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강남구의 경우 소형 아파트는 0.84% 하락했지만 중형 아파트는 -0.04%의 미미한 변동률을 보였고 대형 평형은 0.47% 올라 평형별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신도시(소형 -0.05%, 중형 -0.05%, 대형 1.02%)와 신도시를 제외한 경기도(소형 -0.09%, 중형 0.06%, 대형 0.74%)도 소형평형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여 서울과 사정이 비슷했다. 분당은 소형(-0.07%)과 중형(-0.36%)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며 하락한 반면 대형 아파트는 1.4% 올랐고 일산도 소형(-0.07%), 중형(0.62%), 대형(0.73%) 순으로 평형별 변동률에 차이가 있었다. 고가아파트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중대형보다 소형평형의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8ㆍ31대책의 세금부담 정책이 오히려 주택시장의 양극화ㆍ차별화를 심화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유세ㆍ양도세 부담을 느낀 다주택 보유자들이 보유주택 가운데 투자가치가 적은 중소형 평형의 아파트는 팔고 고가아파트는 장기 보유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2억~3억원씩 폭등하며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의 ‘빅3’로 불리는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삼성동 아이파크, 동부 센트레빌은 대책 이후에도 호가는 요지부동이다. 타워팰리스 1단지 68평형은 상반기 20억원대를 넘긴 후 최근까지 23억~25억원으로 호가에 변동이 없으며 삼성동 아이파크도 81평형이 최고 35억원으로 호가되면서 위세에 변함이 없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8ㆍ31대책 이후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와 서울 외곽의 중소형 일반아파트는 급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고가아파트들은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며 “고가아파트의 희소성과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반면 일반아파트들은 시장침체로 급매물도 거래되지 않자 더욱 시세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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