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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 보기전 못가신다더니…"

"어머니, 나 보기전 못가신다더니…"■北계관시인 오영재씨 눈물의 제사 『어머니 이제서야 못난 불효자가 제를 올립니다. 어머니…, 어머니…. 조금만 더 기다리시지….』 북에서 계관시인의 칭호를 받은 오영재(64)씨가 16일 가족들과의 개별상봉에서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에게 「눈물의 제사」를 올렸다. 그동안 품 속에 묻어온 어머니 사진과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 한켠에는 50년간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노래한 한뭉텅이의 시(詩)를 놓고서…. 『저를 만나기 전에는 절대 돌아가시지 않겠다고 하시더니…』 어머니 영전에 북에서 가져온 금강산 참나무술을 김일성 주석에게서 받았다는 자그마한 잔에 술을 따르는 오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어제 상봉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머니 영전에 때늦은 제를 올리는 오씨는 또다시 억장이 무너지는듯 힘 없이 내려앉았다. 이를 본 동생 근재씨는 형을 위로하느라 『고향이 별건가 형제가 있는 곳이 고향 아니겠습니까』하고 말을 건넸다. 하지만 오씨는 『별(형제)들 다섯이 모여도 햇볕(어머니)만 못하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후 제를 마친 오씨는 어머니 영전을 바라보며 평소 어머니를 그리며 지었던 시 세편을 낭송하며 그리움을 달랬다. 이에 앞서 오씨는 이날 오전10시30분께부터 워커힐호텔 16층에서 개별상봉을 하기 위해 설레이는 가슴을 억누르고 있었다. 이윽고 7층에 있던 형제들은 오씨가 방문 앞에 나타나자 일제히 박수를 치며 재회의 포옹을 하면서 반갑게 맞았다. 형제들은 서로가 『잘 주무셨어요』하며 안부를 물었고 여동생 필숙씨는 『오빠, 하룻밤 여기서 자고 나니 더 예뻐지셨어요』하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자 오씨는 『그동안 생각이 너무 많아 잠을 잘 못잤는데 어제는 형제들 덕분에 오랜 만에 잘잤다』고 말했다. 오씨는 고향이 전남 장성으로 강진공림농업중학교를 다니다 6·25동란으로 인해 가족과 헤어지게 되었다. 이후 시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 북에서 계관시인의 칭호를 수여받았다. 평양 대동강변의 주체사상탑 비문에 새겨진 「오! 주체사상탑이여』라는 시도 오씨가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늙지 마시라 오영재 늙지 마시라. 늙지 마시라 더 늙지 마시라 어머니여 세월아 가지 말라 통일되어 우리 만나는 그날까지라도 이날까지 늙으신 것만도 이 가슴이 아픈데… 세월아 섰거라 통일되어 우리 만나는 그날까지라도 너 기어이 가야만 한다면 어머니 앞으로 흐르는 세월을 나에게 다오. 내 어머니 몫까지 한 해에 두살씩 먹으리… 검은빛 한오리 없이 내 백발 서둘러 온대도 어린날의 그날처럼 어머니 품에 얼굴을 묻을 수 있다면 그 다음에 그 다음에 내 죽어도 유한이 없으리니 어머니가 찾아가는 통일의 그 길에선 가시밭에 피흘려도 아프지 않으리 어머니여 더 늙지 마시라 세월아 가지 말라 통일되어 우리 서로 만나는 그날까지라도… 오철수기자CSOH@SED.CO.KR 입력시간 2000/08/16 17:5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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