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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 대우건설 되판다

"유동성 위기극복이 우선" 판단<br>재무적 투자자와 이견 못좁혀 정공법 선택<br> "더이상 신뢰 잃으면 안된다" 위기감도 작용<br> "대우건설 주가 오르면 재무부담 줄 것" 기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8일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2006년 인수한 대우건설을 3년 만에 되팔기로 결정했다.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빌딩(옛 대우빌딩). /연합뉴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한 자금조달'이라는 우회적 방법 대신 '대우건설 매각'이라는 정공법을 선택한 이유는 1차적으로는 재무적 투자자(FI)와의 이견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SPC를 통한 우회적 매각이 금호그룹이 해결해야 할 재무적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소해주는 방안이 아닌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시장의 지적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더 이상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도 녹아 있다. 또 대우건설 매각이라는 카드를 통해 대우건설 주가가 오르면 금호그룹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결국 대우건설 하나를 포기함으로써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그룹의 부담도 덜면서 시장의 신뢰도 회복하겠다는 '1석3조'의 효과를 노린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자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파는 일은 없고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를 찾았다'고 주장해왔지만 시장에서는 '투자자 유치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며 "결국 시간에 쫓기게 되자 대우건설을 내놓는 최후의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적 투자자와 협상 실패=금호는 대우건설을 팔기로 결정한 이유로 "FI가 제안한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호는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주식을 SPC에 매각해 4조원가량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투자자와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두 회사의 주식을 일단 SPC에 매각한 후 자금을 조달하고 돈을 마련해 3~5년 후에 되사온다는 방침이었다. 현재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지만 연 9%의 높은 이자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만기 때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을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금호가 제안한 사모펀드 설립을 통한 투자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금호는 투자자들이 제안한 교환사채(EB) 방안을 채택할 수 없어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금호 측은 "복수의 국내외 투자자와 3월 말부터 협상을 시작해 5월 중순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해왔다"며 "그러나 투자자가 사모펀드를 설립하는 데 회계상의 문제점이 발견됐고 그 대안으로 사모펀드를 통해 대우건설 주식을 기초로 EB 투자를 제안했지만 우리 측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금호는 "EB 방식은 그룹의 부채를 크게 늘려 재무건전성을 해칠 수 있어 풋백옵션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며 "오랜 기간 협의해왔던 투자자와의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어 대우건설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신뢰 회복 절실= 금호가 대우건설 매각을 결정한 또 다른 이유는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시장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주식을 담보로 연 9%의 이자를 부담하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자부담 보다 더 큰 건 '재무적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을 요구하는 시장과 정부의 요구를 더 이상 묵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금호처럼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투자위험과 수익률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건설을 팔아라'라고 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고 SPC에 투자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금호측 관계자도 "한달 앞서 대우건설 매각을 결정한 데는 더 이상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안 된다는 판단도 있었다"며 "이번 결정으로 금호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주가상승으로 재무 부담 급감 기대=금호는 대우건설 매각 결정이 시장의 신뢰 회복은 물론 대우건설 주가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호가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 3년간의 시간을 벌었다고 해도 금호그룹의 운명은 여전히 대우건설 주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 새로운 투자자 확보는 부담의 해소가 아닌 더 큰 부담을 초래할 수 있고 대우건설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금호는 대우건설을 내다팔아야 재무적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특히 금호가 대우건설을 손에서 놓는 순간 현재 1만2,000원대인 대우건설 주가가 1만5,000원에서 2만원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금호가 짊어져야 할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여기다 산업은행이 사모펀드로 인수하면서 시가에 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을 경우 주당 2만6,262원에 매입한 금호산업의 평가손은 크게 줄어든다. 금호의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은 현재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진다는 의미"라며 "매각 소식으로 주가가 오를 경우 금호산업의 평가손 부담은 거의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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