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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산업'서 제조·IT 강국으로 우뚝

[서울경제 창간 기획] 경제발전 50년 서울경제 50년<br>주요산업 수백배 성장 불구<br>주택난·실업등 여전히 난제<br>선진국과 비교땐 갈길 멀어<br>새로운 경제플랜·분석 필요







'2%, 아니 20%가 더 필요한 성장.' 지난 50년 동안 우리 경제가 놀랄 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는 얘기다. 서울경제신문 창간호부터 실린 '경제백서' 시리즈를 분석해도 동일한 신호가 포착된다. 경제규모와 생산능력이 크게 늘어나고 구조가 고도화한 이면에 주택난과 실업ㆍ소비행태 등은 오히려 나빠진 경향도 있다. 앞서 발전을 이룬 국가들과 비교하면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깡통산업을 아시나요=1960년 8월3일자에 실린 경제백서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뉴욕의 마천루라고요?-천만의 말씀입니다. 이 나라 경공업의 왕자 깡통입니다.' 서울의 한복판인 남대문과 동대문 일대에 깡통과 드럼통이 마치 뉴욕의 고층빌딩군을 연상시킬 정도로 높이 쌓여 있다는 뜻이다. 깡통이 '경공업의 왕자'로 불릴 만도 했다. 깡통과 드럼통으로 갖가지 생활필수품과 '뻐스(bus)'의 차체, 스토브, 발동기, 선풍기 등 잡다한 물품을 만들어냈으니까. 깡통산업은 발판이자 장벽이었다. 물자가 귀하던 시절 미군이 버린 드럼통과 깡통으로 자원활용의 극대화를 이뤄냈다는 긍정적 효과 뒤에 국내 철강ㆍ비철강 금속 공업의 발전과 제품 고급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부정적인 요인이 있다. 1957년 1만톤을 넘어섰던 아연철강판 생산량이 1960년에는 1,000톤 이하로 떨어졌을 정도다. ◇주요 산업 수백배씩 성장=한국의 주요 산업은 비록 깡통산업으로 시작했으나 서울경제 50년과 함께 수천배씩 성장했다. 자동차를 보자. 미군이 버린 지프의 엔진을 달고 드럼통을 펴 제작한 시발택시의 연간 생산량은 400대. 국산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생산된 시발택시의 최대 생산능력은 한때 연 2,000대까지 올랐지만 각종 비리와 폭리구조ㆍ기술부족으로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였다. 오늘날 한국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600만대선에 바짝 다가섰다. 서울경제 경제백서가 지적한 대로 기업가의 도전정신, 외국기술 도입과 정부 지원, 합리적 행정이 수반된 결과다. 2만9,155대(1959년)였던 전국의 자동차 등록대수도 1,765만대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연간 원유 수입도 1,900만달러에서 911억달러로 치솟았다. 올해 원유 수입액은 1,000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 1인당 전력사용량도 크게 증가했다. '전기장판을 사용하는 호사를 누리려면 최소한 10년이 더 필요하다'던 당시의 1인당 전력 사용량은 70㎾h에 불과했으나 요즘은 7,607㎾h를 쓰고 있다. 79달러 수준이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대라는 사실은 경제성장을 압축적으로 말해준다. 조선은 일제가 버리고 간 시설을 활용하지 못한 채 수백톤급 목선 건조에 머물렀으나 한국의 조선산업은 당당히 세계 1위로 올라섰다. 3,300만달러였던 수출의 올해 목표는 4,100억달러로 잡혀 있다. 예전에는 개념조차 없었던 신산업인 반도체와 휴대폰 분야에서도 한국은 세계적인 강국이다. ◇50년간 풀리지 않는 난제, 주택ㆍ실업난=초고속 성장에도 난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주택난과 실업난이다. 서울경제 경제백서 시리즈의 첫 번째와 두 번째가 각각 주택난과 실업난이었을 만큼 당시에도 심각했으나 요즘에는 정도가 더하다. 청년실업과 40~50대에 직장을 그만두는 신풍속도까지 생겼다. 주택공급이 계속 늘어나지만 전세 비율 역시 줄지 않고 있다. 이미 집을 가진 부유층의 주택보유가 계속 늘어나는 반면 무주택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은 50년 전과 마찬가지로 어렵다. 자가주택 구입기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점도 삶의 질이 경제성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소비행태는 선진국에 올라서기도 전에 선진국을 닮아가고 있다. 경제백서 시리즈에서 네 번째 문제로 지적했던 양담배 문제가 그렇다. 당시 주로 부유층이 피워대던 양담배의 점유율은 약 17~18%. 경제백서는 이를 망국적이라고 한탄했으나 최근의 양담배 점유율은 40%선으로 올라섰다. 젊은층의 양담배 선호도는 80%대 이상이다. 국제화시대에 양담배 확산은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최소한 '국산품을 애용해 잘살아보자'는 인식은 사라져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외국과 비교하면 갈 길 멀어=1960년 당시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343달러. 요즘은 4만달러선을 오가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79달러에서 2만달러선에 올라선 한국이 외형적으로는 빠른 것 같지만 내용을 비교하면 그렇지 않다. 일본이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올라서는 데 8년이 걸린 반면 1996년 1만달러를 돌파한 우리나라는 한때 2만달러선에 도달했다 미끄러져 14년이 넘도록 2만달러대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소득 증가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학생의 성적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바닥권 학생이 중상위권 진입보다 상위권에서 경쟁하는 것이 몇 배나 힘든 것처럼 한국도 선진국 문턱에서의 경쟁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경향이 구조적으로 정착될 경우다. 새로운 경제플랜(청사진)과 분석(백서)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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