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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소비 자본주의는 과시욕의 산물

■스펜트 / 제프리 밀러 지음, 동녘 펴냄


인간의 생물학적 잠재력, 즉 결혼 상대자와 친구들에게 자신을 과시하고, 탐내고, 일하고, 사는 행위 안에 현대 소비자본주의의 구조적 틀이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분석한 책이다.

진화심리학자인 저자는 인간이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시계와 명품을 구매하고 연비도 낮은 고가 스포츠카를 사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표출하는 것은 이성을 유혹하고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하는 본능적인 욕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과시적 본능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해 아낌없이 소비하게 된다는 것. 인간 행동의 많은 부분이 선사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진화생물학의 연구결과가 함께 소개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14만 달러에 육박하지만 결코 실용적인 차가 아닌 자동차 허머(Hummer)의 구매 이유를 보자. 허머는 좌석 4개, 연비는 리터당 4km 정도,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약 13.5초가 걸릴 정도지만 애호가들이 많다. 소비자들은 또 도요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몰고 공정무역 커피를 사러 동네 생협 매장으로 가면서 자신의 고운 마음씨를 뽐낸다.

사람들은 물질 자체를 소유하려는 의도보다는 이렇게 남에게 과시하려고 하는 욕구 자체에 충실한다는 것이다. 동물들이 먹이를 얻어내고 경쟁자를 위협하고 짝을 유혹하려는 이유로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저자는 소비자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인간이 짝, 친구, 가족의 지지나 사회적 지위를 위해 서로 경쟁하는 사회적 영장류로서 진화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동물들이 짝짓기를 위해 화려한 외양을 뽐내듯 이성을 유혹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인간의 본성과 욕구가 소비 자본주의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간의 과시 욕망과 행동을 통해 시장이 형성되며 인간 본성과 진화적 관점에서 소비주의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경제학의 '과시적 소비'와 일맥 상통하는 개념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에서 상류 계층이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소비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그러나 이런 과시적 소비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면서 소비주의의 늪에서 빠져나올 것도 촉구한다. 지위, 존경, 명성, 성적 매력, 사회적 인기 등 인간의 욕구를 소비가 아니라 다르게 채울 수 있는 '진짜' 경제적인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 그래야 자신이 가진 형질을 마음껏 과시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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